[한스경제 김서연] 동남아, 남미 등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불안정한 환율로 고민에 빠졌다. 은행들이 해외에 법인을 세우기 위해서는 현지통화로 자본금을 내야 하는데, 요즘 신흥국 환율시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통화가치가 수시로 요동치면서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동남아, 남미 등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환율이 불안정해 고민하고 있다. 요즘 신흥국 환율시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올해 동남아, 남미 지역을 타깃으로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돼 실행에 들어갔지만 올해는 본격적으로 영토를 넓히겠다는 전략을 갖췄다. 대내외적 요인으로 국내 금융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더 이상은 국내에서만 이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새 성장동력을 찾아 나갔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에는 환율 불안정성이 그 이유가 됐다. 환율시장에서도 신흥국은 특히 불안정한 편이다. 때문에 베트남, 미얀마, 멕시코 등 해외에 법인을 세워 진출해도 되려 손실을 입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현지통화 가치가 요동치면 해외현지법인에서 이익을 내더라도 국내 모(母) 회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실제로 15개 주요 신흥국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은 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불안정성은 더 커졌다.

대신증권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15개 주요 신흥국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든 국가에서 트럼프 당선 직전보다 1%에서 10% 가까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 상승은 해당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은 포기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다. 금융업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곳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의 영업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시중은행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측면이 더 크다.

시중은행들은 현지법인, 지점, 사무소·출장소 형태로 해외에 깃발을 꽂았다. 올해에는 동남아와 남미에 집중한다.

신한은행은 연내에 멕시코 현지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5년에 국내 은행 최초로 멕시코 당국으로부터 법인 라이센스를 취득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캄보디아 지점을 개설하고, 베트남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도 계획하고 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중장기적으로 은행 이익의 20%까지 해외사업 비중을 확대할 계획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

KEB하나은행도 연내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에 지점 혹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24개국에 진출해 있다. 현지 비은행금융기관에 지분투자도 계획돼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뱅크’를 앞세워 오는 3월까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모바일뱅킹 시스템을 구축해 현지 영업기반을 다진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날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 은행의 입장에서 신흥국은 매력적인 금융시장일 수밖에 없다”며 “국내 은행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금융구조를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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