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소연(앞줄 왼쪽 두 번째).

“ ‘코리안 메시’, 역대 최다 관중 앞에서 첼시를 들어올리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지소연(24ㆍ첼시 레이디스)에게 보낸 찬사다. 지소연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끝난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결승전 노츠카운티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첼시 레이디스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지소연의 선제골 이후 골문을 걸어 잠근 첼시 레이디스는 1-0으로 승리해 창단 후 첫 FA컵을 품에 안았다. BBC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잇따라 지소연을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손꼽았다.

지소연은 전반 37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에니오카 알루코의 패스를 받은 뒤 그대로 골문으로 돌진했다. 상대 수비 2명과 골키퍼를 넘어선 지소연은 예리한 왼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갈랐다. 지소연은 지난 5월 맨체스터시티와의 4강전에서도 후반 38분 극적인 결승골로 팀을 결승 무대로 이끌었다. 팀이 새 역사를 쓴 이 날에도 주인공은 지소연이었다.

창단 첫 FA컵 우승 외에도 지소연의 결승골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지소연은 이날 결승골로 축구의 ‘성지’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의 홈 구장으로 일부 대회 결승전이 열리는 콧대 높은 경기장이다. 게다가 이날 웸블리 경기장에는 3만710명의 여자 FA컵 결승전 사상 최다 관중이 찾았다. 종전 기록보다 6,000명이나 많은 관중 앞에서 지소연은 자신의 이름 값을 보여줬다.

이로써 첼시 레이디스는 지소연과 함께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지소연은 입단 첫 해였던 지난 시즌 19경기에서 9골을 뽑아내는 신공을 선보이며 팀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지소연이 입단하기 직전 첼시는 잉글랜드 여자 1부리그 8개 구단 가운데 7위에 머물렀지만 지소연 합류한 후 팀 성적은 2위로 올라섰고 결국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초 구단은 애초 계약과 달리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 지소연에게 더 높은 수준의 연봉을 제시했다.

첼시 레이디스의 엠마 헤이즈 감독 역시 지소연의 활약상에 찬사를 보냈다. 헤이즈 감독은 “지소연은 공을 차지하는 데 있어 거의 마법사와 같다”면서“그는 동시에 스트리트 파이터다. 오늘 승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팀에 우승을 선물한 지소연을 치켜세웠다.

늘 남자 축구 최강인 첼시와 비교가 됐던 첼시 레이디스는 FA컵 우승으로 구단에 체면을 세울 수 있게 됐다. 헤이즈 감독은 “우리는 3년 동안 진화를 계속해왔다. 그리고 우리의 과제 중 하나는 여자팀이 남자팀과 함께 구단과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절정에서 보여주게 될 실력이 남자 축구의 최고인 첼시와 비견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다짐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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