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 선수단/사진=연합뉴스

[고척돔=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대표팀의 분위기가 훈훈하다. 김태균(35·한화)은 선수단을 위해 '통큰' 선물을 내놨고, 박석민(32·NC)은 매일 저녁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며 기운을 북돋아주고 있다.

대표팀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전날(23일) 일본 오키나와 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대표팀은 대회가 치러지는 고척돔에서 적응 훈련에 한창이었다. 선수들은 쉼 없이 땀을 흘렸지만 잠깐 짬이 생기면 서로 농담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챙기며 하나로 뭉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뽑힌 박건우(두산)는 "대표팀이 처음인데 형들이 정말 잘 챙겨주신다. 다들 정말 잘 해주시는데 그 중에서도 석민이 형과 이용규(한화) 형이 잘 알려주신다"고 말했다.

대표팀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가깝지 않던 사이였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이라는 이름으로 모이면서 더 돈독해졌다. 박건우는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동안 석민이 형이 매일 저녁 밥을 사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밖에서 볼 때는 조금 무서워 보이는데 알고보니 정말 따뜻하시고, 잘 챙겨주시더라"고 말했다. 박석민 역시 태극마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대표팀 내에서 중고참에 속하는 만큼 전지 훈련 내내 박건우와 허경민(두산), 차우찬(LG), 김태군(NC) 등을 모두 챙겨 밥을 먹였다. 박석민은 "원래 후배들에게 밥 사주는 걸 좋아한다"며 웃음지었다.

▲ 박건우가 김태균에게 선물받은 목걸이를 하고 있다/ 사진=김주희기자

김태균은 선수단에 직접 주문 제작한 목걸이를 돌렸다. 일본 오키나와 훈련 때 선수들의 이니셜까지 넣어 목걸이를 주문했고, 이날 고척돔 훈련에 앞서 선수단에 돌렸다. 코칭스태프의 것도 챙겼다. 마음 씀씀이도 돋보이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 목걸이는 하나 당 80만원 선에 이른다. 대표팀 선수들 27명에, 코칭스태프의 것까지 합하면 선물 액수는 3,0000만원 가까이 된다. 김태균은 "잘 해보자는 마음으로 선물을 하게 됐다"며 쑥스러워했다. 현장 직원들의 것까지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라운드에서 후배들 챙기기는 계속된다. 박건우는 "이대호 선배가 '잘 하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는다'고 하시더라. 형들이 훈련하는 걸 정말 열심히 보고 있다. 왜 형들이 잘 하시는 지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팀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선배들이 앞장서 '따뜻한' 대표팀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되면 똘똘 뭉치게 된다"며 '반전'을 약속했다. 선수단은 이미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고척돔=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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