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빙'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오랜만에 반가운 장르의 영화가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심리스릴러 ‘해빙’의 이야기다. 끔찍한 토막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과정을 다룬 ‘해빙’은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결정적인 패를 꺼내든다. 끝까지 긴장감을 선사하는 구조가 흥미로운데, 마치 잃어버린 퍼즐 한 조각을 맞추는 재미를 준다.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다.

영화는 강남에서 병원 도산 후 이혼한 승훈(조진웅)이 한 신도시의 작은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승훈은 자신이 사는 원룸건물의 주인인 정육식당 성근(김대명)의 아버지 정노인(신구)이 수면 내시경 중 살인고백을 하는 걸 듣게 된다. 이때부터 승훈은 남모를 두려움과 죄책감에 휩싸이며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는 날을 보내게 된다. 반복되는 악몽과 환각 속에서 승훈은 점점 자신을 옥죄어오는 죄책감과 마주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시점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전반부가 철저히 승훈의 시선으로 진행된다면, 후반부는 성근과 정노인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관객이 몰랐던 핵심적인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뚝뚝 끊기는 편집과 화면 전환은 사건의 궁금증을 해소할 결정적인 키를 끝까지 쥐고 있으려는 이수연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 속 사건의 진범이 예상 가능할 때 관객은 흥미와 긴장을 놓게 되기 마련이다. 이 감독은 이를 잘 인지한듯 마지막까지 결정적인 카드를 쉽게 펼치지 않는다. 여기에 인간이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감정인 죄책감과 절망, 불안을 깊게 파고든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조진웅은 이번 영화에서 ‘성공하지 못한’ 승훈의 불안함과 분노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취조실에서 손가락을 덜덜 떨며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다.

김대명 역시 친절한 듯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정육점 식당 주인으로 분해 제 몫을 여실히 해냈다. 선한 웃음을 짓다가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변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늘 밝은 이미지를 피력한 이청아 역시 간호조무사 미연 역으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여기에 ‘베테랑’ 신구의 묵직한 존재감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또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시종일관 어두침침한 서늘한 분위기가 영화의 긴장감을 더한다. 스릴러 장르를 기다린 관객이 흡족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3월 1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사진=영화 '해빙'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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