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남원 감독.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하라는 뜻이다. 남자부의 김세진(41) OK저축은행 감독과 신영철(51) 한국전력 감독, 여자부의 서남원(48)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이 불가근불가원 원칙으로 2014-2015시즌 V리그 정규리그의 승자가 됐다. 10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도로공사뿐 아니라 전통 배구 명가를 끌어내린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 역시 우승과 다름없는 쾌거를 이뤘다. 세 팀의 감독들은 구단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 설정으로 팀의 역사를 새로 썼다. 감독의 독립성과 리더십을 구단으로부터 보장받으면서도 경기력 향상을 위한 선수단 구성과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김세진 감독, 시몬 영입으로 ‘사제 더비’까지
이번 시즌 김 감독은 신치용(60) 삼성화재 감독과 ‘사제더비’까지 이루며 V리그 남자부의 흥행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로버트랜디 시몬(28ㆍ쿠바)이라는 거물급 선수를 국내 코트로 끌어들이면서 이뤄낸 일이다. 일각에서는 구단이 여자 배구단 1년치 연봉을 시몬에게 몰아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 시즌 최하위를 전전하던 OK저축은행은 시몬의 활약을 바탕으로 성적과 인기까지 쌍끌이했다. OK저축은행은 정규리그 1~6라운드 중계 시청률 1%를 넘은 횟수가 12번으로, 삼성화재와 함께 남녀부 13구단 중 가장 많다.
 
◇신영철 감독, 쥬리치 덕에 토종 선수까지 살아나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고심하던 신 감독은 그리스 용병 미타르 쥬리치(26)를 영입하면서 국내 선수들의 잠재력까지 끌어올렸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밑바탕이 됐다. 용병 문제가 해결되자, 국내 선수까지 날아올랐다. 전광인(24)은 올 시즌 정규리그 공격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선수가 이 부문 1위에 오른 것은 장광균(전 대한항공), 박철우(삼성화재), 김학민(대한항공)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서남원 감독, 과감한 FA 투자로 국내 선수 풀 넓혀
도로공사의 우승 요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단의 확실한 투자와 서 감독의 리더십이 어우러졌다는 점이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IBK기업은행에서 뛰던 베테랑 세터 이효희(35)를 자유계약선수(FA)로 불러들였고,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인 GS칼텍스의 정대영(34)을 데려와 높이를 보완했다. 서 감독은 토종 베테랑과 용병, 신예들의 ‘신구 조화’로 정규리그 우승을 수확하며 구단의 지원에 응답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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