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 직장인 이유정(36·가명)씨는 5년간의 장거리 연애 끝에 지난해 11월 결혼했다. 하지만 아직도 남편과는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결혼식 날짜는 잡았지만, 지난 12월에야 집을 겨우 구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는데도 대출 한도가 크지 않아 예산에 맞는 집을 찾기 힘들었다”며 “그나마 구한 집이 경기도가 아닌 서울 외곽이라 출퇴근을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 중개업소 앞.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부담스러운 현실이 된지 오래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3포세대’에서 인간관계와 내집마련까지 더한 ‘5포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갈수록 살얼음판인 취업난을 설령 통과했더라도, 학자금 상환 등으로 사회에 빚을 안고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 시내에서 전셋집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 평균은 4억200만원이다. 같은 해 통계청 가계동향 기준 20대 가구주 가구의 연평균 소득(이하 연평균 소득)은 3,650만원이었다. 20대가 가구주로 있는 가구가 서울 지역 전세아파트를 얻으려면 11년 동안 가족 구성원의 모든 소득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심지어 이 11년은 집을 장만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집을 2년 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전국 평균으로 넓혀봐도 6.23년이 걸린다. 12년 전인 2003년 5.72년(전셋값 평균 1억5,480만원, 연평균 소득 2,710만원)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더 일해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2030세대의 주거문제가 악화한 요인으로는 전셋값은 치솟는데 20대의 소득은 제자리걸음 하는 탓이다.

20대 연평균 소득은 최근 10년 사이에만 총 4번 전년 대비 하락했다. ▲2006년 –0.93% ▲2010년 -1.38% ▲2014년 -7.27% ▲2015년 –5.82%으로 하락 폭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반면 서울 기준 전셋값은 2004년(-1.75%), 2008년(-2.69%) 두 번 하락한 것에 그쳤다. 오히려 10%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한 해가 2015년(17.82%), 2013년(12.99%), 2011년(11.37%), 2010년(10.32%), 2009년(14.14%), 2006년(14.45%) 등 여섯 차례나 됐다.

전문가들은 치솟는 전셋값 등으로 청년층 주거복지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청년층이 실감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 임금으로 전셋값 마련에 걸리는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은 임금보다 물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단면을 보여준다”며 “전세가격을 통제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초저금리 대출이나 낮은 가격의 장기임대주택 등의 방법으로 주거 또는 주거비를 지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며 “부동산 시장 폭락은 좋은 해결 방법이 아니니 결국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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