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은행들의 콧대가 낮아졌다. 자산관리(WM, Wealth Management)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액자산가에만 집중됐던 PB서비스가 일반 고객으로 확대됐다. 저성장·저금리 지속과 고령화 등으로 자산관리 수요가 늘면서 은행에서 WM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국내 WM 시장이 아직 발전 초기 단계라서 향후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중은행들간 자산관리(WM, Wealth Management)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액자산가에만 집중됐던 PB서비스가 일반 고객으로 확대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WM부문의 고객을 세분화해 금융자산 3,000만원 이상 고객까지 PB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중자산가 고객(금융자산 3,000만원 이상) ▲준자산가 고객(금융자산 5,000만원 이상) ▲TC(TWO CHAIRS) 고객(금융자산 1억원 이상) ▲TCE(TWO CHAIRS EXCLUSIVE) 고객(금융자산 10억원 이상)으로 분류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산관리가 일반 고객들에게도 필요해진 시점이 되어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니까 은행에서도 자산관리 대중화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사모펀드와 같이 특수한 영역에서 서비스가 많이 제공됐는데, 기본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해져 그 기준을 1억에서 5,000만원, 3,000만원까지 낮춰왔다”고 설명했다.

▲ 우리은행의 PB(Private Banker·개인 자산관리 전담 은행원)가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으러 온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KEB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금융 수신 자산 5,000만원 이상 고객에서 3,000만원 이상 고객으로 PB(Private Banker·개인 자산관리 전담 은행원)서비스 문턱을 낮췄다.

KEB하나은행은 이 서비스를 위해 ‘행복파트너’로 불리는 자산관리 담당 직원 807명을 전국 영업점에 1명씩 배치했다. 고객들은 별도의 공간에서 자산관리와 연금플랜 등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고액 자산가들에 제공됐던 세무, 부동산, 법률, 유언신탁 등의 자문 서비스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은행·증권의 협업을 통한 복합금융점포를 적용한 신한PWM 서비스를 2011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고객의 자산 규모에 따라 ▲준자산가(1억~3억원) ▲고자산가(3억~50억원) ▲초고자산가(50억원 이상)로 구분해 표준화된 투자솔루션부터 원팀 시스템으로 고객맞춤된 자산관리를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2월부터 은행과 증권의 자산관리 강점을 융합한 자산관리 솔루션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WM 스타자문단을 구성했다. WM 스타자문단에는 은행과 증권의 자산배분 전문가, 부동산전문가,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24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고객 맞춤형 투자 제안, 투자 세미나, 직원 현장 연수 등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서울 강북과 강남 2곳에 부동산투자 자문센터가 개설될 예정에 있다”며 “고객에게 금융과 부동산을 아우르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자산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것은 지난 1월을 전후해 은행마다 실시한 조직개편에서도 증명된다.

KEB하나은행은 기존 프라이빗뱅커(PB)사업본부와 연금사업본부를 ‘WM사업단’으로 통합했다. 우리은행도 WM역량강화 태스크포스(TF)를 WM추진부로 확대했다. 기업은행은 총 9개의 WM·PB센터를 지역본부에서 개인고객그룹으로 옮겼다.

고객들의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 기술의 발달로 은행이 일반 고객들에게까지 쉽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생긴 점도 자산관리 시장규모가 확대되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금융권에서 자산관리를 받으려면 최소 ‘억(億)’ 단위가 필요했으나, 이처럼 은행들이 문턱을 낮추는 것으로 봤을 때 자산관리 대중화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모바일로도 자산관리가 가능해진 만큼 예전보다 서비스의 제공이 쉬워진 것도 자산관리 영역이 확대되는데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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