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어디서 봤더라? 얼굴은 익숙한데 이름은 아직 낯설다. 배우 장세현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와 ‘화랑’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불어라 미풍아’에서는 배우를 꿈꾸지만 실상은 ‘딴따라 백수’인 이장수를 맡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화랑’에선 악역을 맡아 남다른 카리스마를 뽐냈다. 사실 장세현은 ‘화랑’ 등장인물 소개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방송 후 SNS와 커뮤니티에는 “‘화랑’ 악역이 대체 누구냐”며 호평의 글이 쏟아졌다.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이후 7년여 만에 주목을 받아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불어라 미풍아’ 이장수
극중 장수는 사랑에 빠지면 물불 안 가리는 캐릭터다. 11세 연상의 이혼녀 주리(채연)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오직 사랑 때문이었다. 철없는 부잣집 딸 조희라(황보라)와도 한 눈에 반해 결혼했다. 두 사람과 호흡에 대해 “채연 누나와는 실제로 아홉 살 차이가 나는데 호흡이 좋았다. 보라 누나는 엄청 활발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허물없이 잘 다가 와줬다. 둘 중 선택하라면? 당연히 전 여자 친구보다는 아내 아니겠냐. 희라!”라고 웃었다.

장세현은 그 동안 박수무당, 사채업자, 게이 등 독특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장수는 직업뿐만 아니라 가정환경, 성격 등이 자신과 닮아 절로 애정이 갔단다. “지금까지 맡은 역 중 장수와 가장 비슷하다. 실제 장남인데 막내 같은 장남이라서 애교가 많다. 주위에서도 ‘장수가 평소 너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어렸을 때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유대관계나 가족 분위기도 비슷하다. 그래서 더 끌렸던 것 같다.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감독님께 정말 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분량이 줄어 아쉬움도 컸을 터. 장수와 희라 커플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장세현은 “대본은 작가 선생님이 쓰는 것 아니냐. 물론 많이 나오면 좋다. 하지만 배우들은 한 신이 나와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화랑’ 강성
장세현은 ‘화랑’에서 반류(도지한)의 친구이자 귀족으로서 자기 신분에 자만하는 강성으로 변신했다. 100% 사전제작됐지만 ‘불어랑 미풍아’와 방송 시기가 겹쳐 시청자들을 동시에 만났다. ‘불어라 미풍아’ 속 장수와 ‘화랑’ 강성이 같은 사람인지 몰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전제작 돼 모니터를 할 수 없었다. 내가 잘 하는 게 맞나, 혹시 내가 튀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방송으로 내가 봐도 진짜 얄밉더라. 요새는 ‘화랑’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0명이었는데 벌써 2,000명 정도 됐다. 외국 팬들도 많다. ‘강성 나쁘다’ ‘연기를 너무 잘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장세현은 ‘화랑’ 오디션을 볼 때 디자인을 전공한 실력을 뽐냈다. 선우(박서준)의 필수 소지품인 주령구(신라시대 귀족들의 놀이 도구인 14면체 주사위)를 직접 만들었다. ‘화랑’ 캐릭터도 그려갔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데뷔도 퓨전사극 ‘성균관 스캔들’로 했다. 한복 입고 띠를 매는 게 편하더라. 한복을 입으면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촬영 들어가기 두 세 달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무예를 연습했다. 승마도 배웠는데 말 타는 신이 사라져 아쉬웠다. 분명 나중에 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성균관 스캔들’ 김우탁
‘성균관 스캔들’이 방송 된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장세현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극중 안경 쓴 선비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공자께서는”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닌 선비 김우탁이 다름 아닌 장세현이었다. “당시 안경이 실제 돌을 깎아 만들어서 정말 무거웠다. 낄 때마다 아프고 불편했다. 800만원 정도 들여 만든 고가의 소품이었다. 촬영이 끝나면 소품 팀에서 안경부터 챙겼다. 드라마 끝나고 ‘스타 골든벨’에 나갔는데 안경을 빌려주지 않아서 섭섭했다(웃음).”

김원석 PD는 ‘성균관 스캔들’ 이후 ‘미생’ ‘시그널’까지 대박을 터뜨린 스타 감독이다. 김 PD는 장세현에 대해 “물 같은 배우”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장세현은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다. 그 질문에 대해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더 열심히 해서 배우로서 실력을 쌓고 싶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의 것들을 채우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PD 작품에 또 출연하고 싶다”며 “감독님께 문자로 ‘저 지금 계속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보냈다.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답장이 왔더라.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사진=MBC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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