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빅3’사의 영업정지 대상인 재해보장성 보험 범위가 모호해 보험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는 재해사망보험 신계약의 해석이 정확하지 않아 피해액 계산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험설계사들은 신규계약 성과를 올리지 못할 위기에 생계가 깜깜하다.

▲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3일 생보 3사에 내린 징계항목 중 일부 영업정지의 해석에 의견이 갈린다. (좌부터) 삼성생명 사옥, 한화생명 사옥, 교보생명 사옥/사진=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제공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3일 자살보험금 미지급 3사(교보생명·삼성생명·한화생명)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내린 징계항목 중 일부 영업정지의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재해사망보장 보험이라고만 명시돼 범주에 따라 업계 피해액이 큰 폭으로 달라져서다.

교보생명에 이어 삼성생명도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전액 지원 카드를 꺼냈지만 영업정지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이 제재심의위가 열리기 직전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한 달간의 영업정지 철퇴 앞에 놓였다.

재해사망보장 보험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사망을 보장해 주는 보험이다. 넓게는 재해사망보장 특약 상품까지, 좁게는 재해사망보장 주계약 상품이 해당된다. 만약 재해사망보장 주계약·특약 상품 전체가 영업정지 대상이라면 생명보험의 대표 상품들은 거의 팔 수 없다.

업계 추산으로 생보 3사(교보생명·삼성생명·한화생명)의 재해사망보장 보험 판매액은 첫 보험료 추산 900여 억원에 근접한다. 3사 월매출의 절반에 해당한다.

재해사망보장이 주계약이거나 특약인 상품은 전체의 반수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피해 규모가 50%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일반사망보장에 재해사망을 포함하지 못하면 유인책이 사라져 경쟁력이 뚝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재해사망보장 보험과 연관이 있는 상품을 다 털어내면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만 남는다. 저축성보험도 일부는 재해사망을 특약으로 보장한다.

정확한 해석이 없으니 업계에서도 추측만 무성하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문제가 된 특약에만 한정된다면 각사로서는 신규 판매가 막힌다고 해서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보험 판매에 적용되는 규칙이라 범주에 따라 업계 손해가 갈릴 것”이라고 전했다.

상반기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 하반기 영업 실적도 안갯속이다. 그렇지 않아도 생보사의 영업이익이 악화됐다. 금감원의 ‘2016년 보험회사 경영실적 잠정치’에 따르면 불경기로 중도 해약 고객이 늘면서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25%(8,965억원) 감소했다.

각사의 실적 손실도 우려되지만, 가장 심각한 피해는 보험설계사들에게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단기 이직률이 높은 보험설계사의 특성상 생보 3사는 타사로 인력이 빠져나가는 손실도 각오해야 한다.

2016년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삼성생명에는 2만5,400명, 한화생명 2만600명, 교보생명 1만7,800명 등 6만4,000여명의 보험설계사가 활동 중이다. 또 3사의 보험을 다루는 보험대리점(GA)이 입을 타격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중 75% 이상이 2,0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는다. 게다가 설계사들의 실수익에서 보장성보험 수수료가 60%를 차지한다. 금감원의 징계가 금융위에서 그대로 확정되고 재해사망보장 보험의 범위가 전체로 확대될 경우 6만4,000여명의 보험설계사 생계가 위태롭다.

보험설계사들도 영업정지 대상인 재해사망보장 보험의 범위를 정확히 알지 못해 대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한보험인협회 관계자는 “중징계 의결 소식을 접하고 다수의 보험설계사 의견을 청취했는데, 현장에서는 재해사망보장 중 문제가 된 특약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논평을 하고 싶어도 공식적으로 나온 게 없으니 갑갑하다”며 “서로 너무 힘들다, 차라리 지침을 받고 매 맞는 게 낫다”고 전했다. 이어 “전면적인 영업정지가 나오지 않기를 희망하고는 있다”며 “저축성보험 판매로 손실액을 보전하려 해도 4월부터 비과세 한도가 축소되며 판매 부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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