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서울 선수들이 팬들에게 다가가 환호하고 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월드컵경기장=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최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의 아쉬운 결과를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영표(40) KBS 축구해설위원은 5일 80번째 슈퍼매치를 앞두고 FC서울과 수원 삼성이 이겨야 하는 명분에 대해 이렇게 짚었다. 서울은 지난달 28일 열린 2017 ACL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우라와 레즈(일본)에 2-5로 대패했다. 수원 역시 1일 홈에서 열린 대회 G조 2차전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막판 동점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

양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각 대회 우승팀이기도 했다. 서울은 2016시즌 K리그 클래식 챔피언이었고, 수원은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팀이었다. 전통의 라이벌 매치라 자존심이 걸리기도 했다.

그런 만큼 기싸움도 대단했다. 황선홍(49) 서울 감독은 앞서 3일 슈퍼매치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K리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상징적인 경기"라면서 “수원은 수비진의 짜임새가 있고 공격진 3명의 움직임 또한 좋다. 면밀하게 준비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서정원(47) 수원 감독은 “ACL에서 2패 중인 서울이 정신적으로 무장해 더욱 강하게 나올 것 같다. 이에 잘 대비해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데얀(36ㆍ서울)과 염기훈(34ㆍ수원)으로 대표되는 양팀 선수단은 5일 2017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슈퍼매치 시작 전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신경을 곤두세우기는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관람석 입구 부근에서 만난 서울 팬 박성준(32)씨는 “매 시즌 슈퍼매치를 보러 경기장을 찾는다. 응원하는 박주영(32ㆍ서울)이 선발 명단에서 빠져 아쉽긴 하지만, 데얀 등에게 기대를 걸기 때문에 서울이 이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온 원정 팬 김아름(28)씨는 “염기훈을 응원한다”며 “수원이 지난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는데 올 해는 선두권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일단 슈퍼매치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장에는 무려 3만4,376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약 4분의 3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홈팀 서울을 응원했다. 관중석의 4분의 1을 차지한 수원 원정 팬들의 응원도 물론 만만치 않았다.

시즌 첫 슈퍼매치는 예상대로 접전이었다. 양팀은 공방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홈팀 서울은 전반 9분 김민우(27ㆍ수원)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17분 수원에서 이적한 이상호(30)가 동점골을 터뜨려 간신히 비겼다. 친정 팀에 비수를 꽂은 이상호의 동점골로 슈퍼매치 스토리는 더욱 풍성해졌다. 다만 서정원 감독은 경기 후 이상호에 대해 “선수는 어느 팀을 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애써 담담해 했다. 서울은 K리그 슈퍼매치 역대전적에서 28승20무32패로 열세를 보였지만, 수원과 최근 상대전적에선 7경기 연속 무패(3승4무) 행진을 이어갔다.

한편 이날 경기장 주변 풍경도 볼거리였다. 경기장에 입점한 상점들은 저마다 슈퍼매치 관련 이벤트를 입간판에 내걸며 구매를 유도했다. 슈퍼매치가 경기 내외적으로 K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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