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10회> 글·김지훈

바니쉬한 조명은 흑요석 표면에 금속광택을 내며, 우아하게 흩어졌다. 고급 전시용 유리 상자 속에는 흑요석으로 만든, 원시 시대 돌칼이 보관되었다. 한탄강 선사시대 박물관이 소장한 돌칼, 일명 ‘블랙 스타’는 영생의학의 시발점이었다.

준은 블랙 스타를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관람 시간이 끝났지만, 준에겐 예외였다. 박물관은 마킷의 지원으로 설립되었고, 마킷은 준과 민에게 특권을 부여했다.

블랙 스타는 민이 직접 발굴해낸 유물이었다. 준이 디자인한 판타지늄의 원형은, 블랙 스타에 스며있던 혈흔의 금속 결합체를 본뜬 것이었다.

블랙 스타 전시관에는 이집트에서 사들인 미라도 있는데, 미라의 이름은 ‘하루’였고, 고고학적인 조사에 따르면, 블랙 스타는 미라가 사용하던 유품이었다.

미라에서 관측된 특이한 금속 결합체와 블랙 스타에서 증명해낸, 금속 결합체는 일치했다. 단백질 금속 결합체는 혈액형처럼, 지문처럼, 특유의 정보량을 가졌다. 정보량을 분석하면, 나이와 생존 시기 그리고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데, 미라는 20세의 젊은 나이로 최소 150년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최초의 영생자는 장수가 아니라, 바로 하루였고, 준은 그것을 카피했던 것뿐이었다.

준은 입자가속기도 없던 원시시대에 어떤 방법으로 판타지늄을 만들어냈는지 의아했다.

몇 가지 가설이 있긴 했지만, 말도 안 되게 낮은 확률의 정말 기적 같은 사건이 겹쳐져야 가능했다. 행운이었든, 엄청난 마법이었든, 그것은 결국 저주였을 것이다.

운 좋게 판타지늄으로 영생을 얻었다고 해도, 계속해서 판타지늄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웠을 테고, 결국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품, 인간의 피를 탐했을 것이다.

“그런 삶을 축복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 너의 삶은 저주였을 거야.”

준은 혼잣말하며 고개를 흔들며, 무릎 꿇으며 주저앉았다.

‘오오!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저주 같은 생명을, 영생을, 민에게 이식하지 않았던가! 민은 준을 증오했고, 준은 절망했다.

“누나!”

티 없이 맑고 명랑한 음성이 걷고 있는, 민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는 목소리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많은 사람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멋진 남자가 선글라스를 쓰고, 그녀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민의 눈매가 묘하게 꿈틀거렸다. 남자는 그녀를 죽이려 했던, 장수였다.

“많이 보고 싶었지?”

장수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민은 차가운 눈길로 마주 대했다. 그녀는 장수가 두렵지 않았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

“내 피를 원한다면 이미 늦었어. 나의 피는 너와 같아. 아무리 마셔도 너의 갈증을 채워 줄 수 없어.”

“나도 알아. 누나에게 즐거움을 주러 온 거야.”

“즐거움? 너는 나를 죽이려 했어.”

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이제 누나도 잘 알잖아. 내가 나쁘거나 변태라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린 원래 그렇다는 걸.”

장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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