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함께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해 주위 사람들을 덩달아 웃게 만든다. 현우는 그런 배우다. 곱상한 외모와 귀여운 눈웃음으로 시청자들을 무장 해제시켰다. 종영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월계수)에서 이세영과 ‘아츄커플’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두 사람의 러브신 마다 배경음악으로 걸그룹 러블리즈의 ‘아츄’가 나와 붙여진 별명이다. 심지어 메인 커플 이동건-조윤희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상도 ‘아츄커플’ 몫이었다.

“전혀 예상을 못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자고 일어나면 촬영장이었다. 반응이 좋다는데 확인할 방법이 없더라. 촬영 끝나고 많이 사랑 받는다는 걸 알았다. 9개월간의 촬영이 끝났는데 아쉬움이 크다. 워낙 커플도 많고 내가 메인이 아니어서 준비한 걸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현우는 현장에서 선배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올해 33세의 현우는 동안 외모 탓에 막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다들 이세영이 아닌 자신을 막내라고 불러 억울한 모습이었다. 원래 쉬는 시간에는 잠을 자는데 ‘월계수’ 촬영하면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단다. 집에 가서 기절을 할지언정 선배들 옆에 꼭 붙어있었다고.

현우는 “차인표 선배를 중심으로 남자들끼리 잘 뭉쳤다. 정말 가족 같았다. 현장에 와서 형들과 같이 있으면 지치지 않았다. 이런 현장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구 선배의 노련함을 배우고 싶다. 선후배 할 것 없이 드라마 신 순서대로 찍을 때가 많았다. 대기시간이 길면 재촉할 수 있는데 후배들과 같이 얘기하면서 편안하게 대해줬다. 마지막 회 바닷가 엔딩 신은 내가 꼽는 명장면”이라고 설명했다.

현우는 극중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비운의 7포 세대 취준생 강태양을 연기했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고 애인 지연(차주영)에게 마저 배신당했다. 이후 애인이던 지연이 효원(이세영)의 오빠인 재벌 2세 효상(박은석)과 결혼했다. 태양과 효원이 이뤄지면 자칫 ‘막장’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전 여친이 효원의 오빠와 결혼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 나라면 결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가족들의 의견도 있지 않나. 외국이 아니니까 조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의문이 들어서 감독께 ‘이게 되냐?’고 계속 물었다. 막장으로 갔으면 아마 효원과 결혼해서 지연에게 복수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현우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로 현실성을 꼽았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현실적이어서 공감을 한 것 같다. 실제 태양 캐릭터와 싱크로율도 꽤 높다. 그래도 태양이 보다는 덜 답답한 스타일이다. 여자 기다리게 하지는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우와 이세영은 실제 커플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시청자들은 “실제 둘이 사귀는 게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더욱이 이동건과 조윤희가 ‘월계수’를 통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가능성은 커 보였다. “둘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글을 많이 봤다. 실제로 사이가 정말 좋다. 세영이는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 방송에서 (실제 커플처럼) 비춰진 부분은 둘이서 짠 거다. 작전 회의를 많이 하고 방송에 들어갔다. 고시원에서 귤을 까먹는 장면도 둘이 연출했다. 슛 들어가면 진짜 커플처럼 연기했다.”

이세영과 다음 작품에서도 호흡을 맞추고 싶지 않을까. 두 사람은 얼마 전 KBS2 ‘해피투게더3’에서도 환상의 케미를 자랑했다. 또 JTBC ‘한끼줍쇼’ 촬영을 마쳤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우결) 출연 욕심에 대해 “‘우결’은 예전에 한 번 파토 나서 힘들 것 같다. 촬영 들어가기 사흘 전에 유인나가 지현우와 열애설이 났다. ‘송곳’찍을 때 예성이가 (지현우에게) 너 때문이라고 사과하라니까 미안하다더라”며 씁쓸해했다.

현우는 절친 사이인 지창욱, 예성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은 소망을 전했다. 또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도깨비) 속 공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현우는 “기회가 된다면 (지)창욱이랑 작품을 하고 싶다. 둘이 추억도 만들고 함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예성과도 같이 하고 싶다. 요즘 (드라마 ‘보이스’) 잘하고 있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깨비’ 6회까지 봤는데 몰아서 보려고 아껴 놨다. 중간에 ‘월계수’랑 시간대가 겹쳤다. 차 안에서 매니저랑 ‘도깨비’ OST도 부르곤 했다. 감독님이 부르지 말라고 하고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우는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맞았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 드라마 ‘파스타’ ‘뿌리 깊은 나무’ 등 꾸준히 얼굴을 내비쳤다. 동안 외모 때문에 캐릭터를 맡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20대 때도 성인연기를 잘 못했다. 갭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10년 동안 밝은 캐릭터 위주로 해서 편하다. 드라마 ‘갑동이’에서 정인기 선배 아역을 맡았는데 사이코패스 살인마였다. 일단 맡으면 할 수 있다. 분석해서 잘 하려고 노력하는데 중요한 건 안 시켜준다. 솔직히 아쉽다. 악역도 엄청 하고 싶다. 내가 안 웃으면 서늘한 느낌이 있다. 늘 웃어서 눈 뜨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웃음).”

하지만 현우는 10년 동안 딱 두 달 쉴 만큼 앞만 보고 달렸다. 원동력은 다름 아닌 부모님이었다. 아버지 김수형 감독의 묵묵한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김 감독은 ‘산딸기’ 시리즈를 비롯해 ‘7인의 말괄량이’ ‘갯마을’ 등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약 50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아버지는 지적하면 상처 받을 까봐 응원만 해준다. 가족의 자랑이 되고 싶다. 일일극, 미니시리즈, 주말극으로 돌아와서 부모님이 많이 기뻐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잊혀 지면 안 되니까 계속 활동하고 싶다.”

사진=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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