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다중인격장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 주목 받고 있다. 이중인격을 다룬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장수 콘텐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면, 요즘은 여러 인격을 갖고 있는 ‘다중이’ 주인공을 내세운 콘텐츠가 트렌드다.

다중인격을 다룬 영화 ‘23 아이덴티티’(2월 22일 개봉)가 흥행에 성공했다. 무려 23명의 다중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이 지금까지 나타난 적 없는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소녀들을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제작비가 불과 900만 달러(약 104억 원)에 불과한 ‘23 아이덴티티’는 북미에서만 1억3,145만 달러(약 1,520억 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 영화는 휴 잭맨의 ‘로건’, 조진웅의 ‘해빙’ 등 신작 공세 사이에서도 ‘붙박이’ 3위로 꾸준한 관객몰이 중이다. 누적관객 수는 1,54만 6,164명이다.

사실 ‘23 아이덴티티’는 개봉 전 국내에서 그리 화제가 된 영화는 아니었다. 적은 예산이 들어간 영화이기 때문에 대대적인 홍보도 하지 못했다. 흥행을 예상 못 한 영화의 ‘뜻밖의 수익’이기에 의미가 크다.

주인공 제임스 맥어보이는 극중 23개의 인격을 가진 케빈 역을 맡아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호평을 받았다. 강박증을 지닌 데니스부터 9세 소년 헤드윅, 의상 디자인이 취미인 배리 등 각각의 인격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 영화는 ‘식스센스’(1999년 개봉) 이후 내놓은 작품에서 “‘식스센스’만 못하다”는 평을 늘 받아온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명성을 다시 찾기 위해 남다른 심혈을 기울였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부터 캐릭터의 당위성, 탄탄한 내러티브까지 놓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엔딩에는 ‘식스센스’, ‘언브레이커블’(2000년 개봉)의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가 깜짝 등장해 후속작을 기대케 했다.

비단 ‘23 아이덴티티’만 인기 있는 ‘다중이’는 아니다. 지성은 드라마 ‘킬미, 힐미’(2015)에서 다중인격자로 나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를 맡아 상남자부터 여고생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여고생 안요나를 연기할 당시 바른 틴트가 완판 될 정도였다.

‘23 아이덴티티’가 섬뜩한 스릴러인데 반해 ‘킬미, 힐미’는 힐링로맨스 장르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다중인격과 과거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남자를 여자가 치료해주며 피어나는 멜로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힐링을 선사했다.

두 작품의 공통점도 있다. 두 주인공 모두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트라우마로 다중인격장애를 얻었다. 이 같은 캐릭터 설정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환자가 아닌, 또 하나의 고통 받는 피해자임을 드러내며 보는 이들의 연민과 공감을 자아냈다.

‘다중이’ 콘텐츠의 인기는 가상의 공간과 현실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 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요즘 현대 사회가 한 인물에게 여러 가지 인격을 갖게 만든다. 특히 사이버 세상에서 ‘또 다른 나’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며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점점 그런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작품이 흥행 특수를 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UPI코리아·MBC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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