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스경제 송남석] “정부의 정책을 따랐을 뿐인데…. 마땅한 대응책은 없고, 수십 년 간 공들인 중국사업은 물론 그룹 전체의 존망이 걸렸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이 중국 정부로 부터 난타당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잇단 몽니성 점검에 이은 제재와 불매운동이 불붙고 있다. 국내에서는 면세점과 호텔, 백화점으로 이어지는 도미노식 유커 급감과 이로 인한 매출급감이 예고돼 있다.

우선, 중국 내에서 각종 점검을 필두로 한 영업정지 처분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롯데마트가 23개에 달한다. 5일 4개에서 9개로 늘더니 15개, 23개 점포로 불과 몇일 새 6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내 100개 점포 중 25% 정도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셈이다. 롯데그룹의 중국 공식홈페이지는 일주일째 마비 상태이고, 롯데 상품 불매운동도 점화됐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한국 관광금지령의 후폭풍이 대기 중이다. 면세점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업계는 800만 중국 관광객 중 최소 350만 명의 유커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면세점업계가 하루아침에 사업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그중에서도 롯데면세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면세점 업계 맏형이자 세계 면세시장 3위권인 롯데면세점은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매출만 해도 시내 6개 면세점의 절반을 차지한다. 작년 롯데면세점 매출액 6조원 중 70%인 4조2000억원은 중국인 관광객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2조원 내외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패키지 관광 형태로 이어지는 롯데월드타워,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등의 피해까지 감안하면 롯데그룹 전체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급기야 롯데그룹 임원들이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을 중심으로 중국 현황 점검회의를 가졌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고작 피해기업 롯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 상황과 기업 활동 위축 사례들을 모아 정부에 협조요청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따지고 보면 사드배치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 아닌가. 롯데그룹은 대승적 차원에서 따랐을 뿐이다. 그 와중에 애먼 롯데만 중국 정부의 집중 타깃이 됐다. 기업은 ‘악’소리를 내며 ‘SOS’를 치고 있지만 정부는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쉽게 경제보복을 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던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의 8개월 전 안일한 발언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외교적인 채널 등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롯데그룹에 그치지 않고 다른 한국 기업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근원부터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어떤 기업이 정부를 믿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는가.

중국도 사드배치에 불만이 있다면 정도를 걷는 것이 옳다. 공식 채널을 통해 한국이나 미국 정부에 항의하는 등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롯데라는 특정 기업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문을 닫게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졸렬한 처사다.

송남석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