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송남석] “24명이 입사해서 단 2명만 초급임원인 상무를 단다. 오너 일가를 뺀 전무급 이상은 고작 1명 뿐이다.”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국내 주요 그룹 여성임원 승진 현황이다. 여성 임원들의 승진이 여전히 ‘유리천장’을 뚫지 못하고 있다.

올해 단행된 30대 그룹 임원 승진인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4%에 그쳤다. 그나마 초급임원인 상무급에 무려 92%가 몰려 있다. 전무급 이상 여성 승진자는 3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오너일가를 빼면 1명이 전부다.

30대 그룹 전체 직원 중 여성의 비중은 24%에 달하지만,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10분의 1에 불과한 2.4%에 그쳐 고위직으로 갈수록 유리천장은 더 두꺼워지는 모습이다.

올해 임원 승진인사에서 대표적인 B2B 그룹인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 6개 그룹은 여성 임원 승진자가 단 1명도 없었다. 나머지 그룹들도 생색내기 수준. 반면 신세계, CJ, 현대백화점 등 유통‧식음료 중심 B2C 그룹들은 여성 임원 승진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30대 그룹 중 올해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관련 내역을 공개한 18개 그룹을 대상으로 여성 임원 승진 현황을 분석한 결과 1571명의 전체 임원 승진자 중 여성은 37명으로 2.4%에 불과했다. 전체 임원 승진자 100명 중 여성은 2명 꼴.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초급 임원이라고 할 수 있는 상무급(이사급 포함)에 몰려 있다. 여성 임원 승진자 37명 중 상무급이 34명(91.9%)이고, 나머지 3명(8.1%)은 전무급이었다.

하지만 전무급 중에서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녀 장선윤 롯데호텔 전무와 조양호 한진 회장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를 빼면 조미진 현대차그룹 전무(인재개발원 부원장) 1명만 남는다. 여성 임원 승진자 가운데 부사장급 이상은 아예 없었다.

반대로 올해 남성 임원 승진자는 1480명으로 전체의 97.6%를 차지했다. 전무급 이상 승진자도 303명(20.5%)이나 됐다. 올해 전무급 이상으로 승진한 남성 임원이 여성보다 100배 이상 많은 셈이다.

그룹별로 보면 포스코, 현대중공업, LS,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한국타이어 등 6개 그룹은 올해 여성 임원 승진자를 단 1명도 배출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96명을 임원 승진시켰지만 여성이 단 1명도 없었고 포스코(33명)와 LS(31명)도 30명 이상의 임원 승진자 중 여성은 전무했다. ▲한국타이어(23명) ▲금호아시아나(15명) ▲대우건설(12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화(0.8%,1명) ▲현대자동차(1.1%,4명) ▲KT(2.2%,2명) ▲GS(2.2%,1명) 그룹은 여성임원 승진자를 배출하기는 했지만 비중이 30대 그룹 평균에 미달했고, ▲대림(2.6%,1명) ▲LG(2.7%,4명) ▲효성(2.9%,1명)도 3% 미만으로 생색내기에 그쳤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여성 임원 승진자 비중이 10.2%(5명)로 유일하게 10%를 넘었다. 이어 ▲CJ(5.7%,4명) ▲현대백화점(5.0%,2명) ▲롯데(3.8%,10명)가 상위에 랭크됐다. 유통‧식음료 중심 그룹들이 그나마 여성들에게 임원 승진 문호를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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