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야구 선수, 그리고 슬랩 (SLAP)

그림 1과 같이 어깨의 관절와순 중 상부관절와순이 찢어진 것을 슬랩(SLAP)이라 한다. 류현진 선수의 수술 이후 너무나 많은 야구팬들이 알게 된 어깨질환이다. 보통 투구 동작 중 late-cocking동작 (그림 2) 시에 상부관절와순이 찢어지면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 그림1 (슬랩 병변)

신체 부위가 찢어지면 당연히 통증의 원인이 된다. 때문에 초기의 스포츠 의학계는 슬랩을 꼭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메이저리그의 팀 닥터와 스포츠의학 리더들은 슬랩(SLAP) 병변의 봉합 수술(이하 슬랩 수술)이 야구 선수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이를 집대성한 논문이 발표되어 슬랩 수술에 대한 스포츠 의학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 그림2 (Late Cocking 동작)

2012~2013년만 해도 슬랩 수술로 치료한 프로 선수 중 40%정도는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 의학계의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나 프로 운동선수들을 치료하고 수술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세계의 불과 4~50명의 프로야구팀 수석 팀닥터 및 스포츠 닥터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슬랩 수술을 한 선수는 복귀하더라도 기존의 기량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대표적인 증거로 2014년 미국정형외과 학회지가 발표한 프로야구 투수를 대상으로 만든 통계를 들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된 선수는 22%까지 기량을 회복했지만 수술을 받은 선수는 단지 7%만 기량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슬랩 수술이 프로선수들에게 좋지 않다고 주장한 스포츠닥터들의 주장은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필자도 슬랩 수술의 문제를 주장하고 증명했던 사람이다. 2011년까지도 필자는 100개의 케이스가 넘는 야구선수에게 슬랩 수술을 시행했었다. 그리고 그 중 60%만이 다시 야구 선수로 복귀했다. 상대적으로 수술 성공률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못한 40%를 생각해보면 스포츠 닥터로서 뼈아픈 경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의 전문의 대부분은 MRI상 슬랩 병변이 발견되면 수술을 권한다. 스포츠 닥터들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슬랩 병변에 대한 비수술적 치료의 우수함을 주장하고 있고 통계적으로 증명된 이 사실이 국내 전문의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현 기아타이거즈의 이대진 코치는 슬랩 수술의 대표적인 피해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였던 이대진 코치는 항상 따라다니는 어깨통증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수술을 하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믿고 미국으로 떠나 유명한 스포츠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이후 전매특허였던 불같은 강속구는 영원히 던질 수 없게 되었다. 당시 스포츠의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였기 때문에 미국에서조차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현재 대부분의 국내 프로야구 선수는 어깨 통증이 발생했을 경우 먼저 본원에 방문하여 필자의 의견을 듣거나 치료를 받는다. 때문에 슬랩 수술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본원을 방문하는 일반인들 중에는 타병원에서 슬랩 수술을 받은 후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통증이 심해지고 나서야 필자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기억에 남는 32세 남자 환자는 드럼을 연주하고 운동을 즐겨하는 건강한 성인 남성이었다. 그는 운동을 할 때마다 어깨에 통증을 느낀 후 거주지 인근의 병원에서 슬랩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 통증은 훨씬 심해지고 어깨도 강직되었다. 그렇게 필자를 찾아온 그는 이미 삶의 의욕조차 잃어버린 듯 보였다. 이런 경우는 불가피하게 재수술과 긴 재활치료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름 지금, 아직 조금은 부족하지만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만큼 운동능력을 회복한 상태이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으며 다시 완벽한 어깨를 꿈꾸고 있다.

이렇듯 스포츠의학이라는 학문은 3~4년이면 완전히 그 패러다임이 바뀌는 학문이다.

아직 프로 선수들을 충분히 치료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닥터는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소수의 스포츠 닥터들을 제외하면, 분야별 최고의 전문의들조차도 실제 수술이나 치료가 스포츠 활동에 어떤 결과를 미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이 칼럼을 빌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운동을 할 때 통증이 있다고 수술을 받는 것이 자칫하면 큰 해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고 수술만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수술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구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쌓는 데에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이상훈 원장

미국 뉴욕컬럼비아대학병원(뉴욕양키스구단 지정병원) 전임의 수료

(현)CM충무병원장

(현)NC다이노스 수석팀닥터

(현)기아타이거즈 수석팀닥터

(현)대한민국 배구 국가대표팀닥터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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