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고수가 ‘고비드’라는 수식어를 벗고 부성애가 철철 넘치는 아빠로 돌아왔다. 바로 영화 ‘루시드 드림’을 통해서다. 고수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고군분투하는 대호 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보여줬다. 외적으로도 체중 18kg을 증감할 정도로 공을 들였고, 처절한 상황에 놓인 대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 역시 ‘부성애’였다.

“영화 속 부성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루시드 드림이라는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대호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잖아요. 사실 조명철(천호진)이나 방석(설경구)나 어쨌든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란 점이 대호와 같았죠.”

‘루시드 드림’은 판타지물이다. CG(컴퓨터 그래픽)를 비롯해 기술적인 작업이 상당 부분 투입되는 판타지물은 배우들이 꺼릴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수는 판타지 장르에 대한 부담보다 시놉시스에 대한 신선함과 흥미가 훨씬 컸다.

“시놉시스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꿈 속 장면들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궁금증이 상당했죠. 사실 판타지라는 장르가 어떻게 구현될지 모르는 상태니까 걱정이 조금 되긴 했죠. 그 때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못 보고 지나친 연기나 단서를 캐치하려고 노력했어요. 정해진 예산에서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계산하면서 연기해야 했죠.”

대호는 아들을 잃기 전까지는 평범한 가장에 불과했다. 고수는 ‘잘생김’을 버리고 평범함을 입기 위해 체중을 18kg이나 찌우기도 했다. 극 초반, 남산 만하게 부른 고수의 배가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다.

“실제로 결혼하고 일상에 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살이 찌지 않나요? 주변 대부분의 남자들의 평균 체형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갑자기 살을 찌우고 나니 숨쉬기가 힘들었죠.(웃음) 18kg 가까이 살을 찌웠어요. 힘들었지만, 배역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아들을 잃고 나서 핼쑥해진 대호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살을 다시 뺐고요. 다행히 요요현상은 없었어요.”

‘고비드’로 불리는 고수는 조각 같은 외모를 소유한 배우다. 흠 잡을 데 없이 잘생긴 외모가 오히려 연기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놀리시는 거 아닌가요.(웃음) 사실 제 외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해봤어요. 개의치도 않고요. 연기를 할 때는 캐릭터에 집중해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한 어르신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젊은 사람은 신이 만들고 나이든 사람은 사람이 만든다’고요. 그 말씀처럼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지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에는 고수에게 아들을 찾을 수 있는 핵심키를 제공하는 인물로 박유천이 등장한다. 디스맨 역을 맡은 박유천은 유일하게 공유몽을 할 수 있는 캐릭터다. 지난 해 논란에 휩싸인 후 공식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나 영화에는 편집 없이 그대로 등장했다.

“사실 촬영장에서 자주 만난 건 아니에요. 현장에서 보면 굉장히 매력적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이었죠. 디스맨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엑스맨 같은 히어로처럼 매력적인 인물이죠. 꿈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잖아요.”

고수에게 ‘루시드 드림’은 희망과 믿음이 담긴 영화다. 재차 믿음을 강조하는 고수에게 배우로서 변하지 않은 소신이 있는지 물었다.

“부끄럽네요. 배우 생활을 계속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업계 역시 늘 발전하고 변하고 있으니까요. 계속 성장하고 도전한다는 것, 그게 제 믿음인 것 같아요. 아직 제가 정답을 내릴 위치는 아닌 것 같아서 말하기가 애매하네요.(웃음)”

어느 덧 불혹을 훌쩍 넘긴 고수는 지난 2012년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 어엿한 가장이다. 고수는 가정을 이루고 난 뒤 더욱 삶에 충실해졌다.

“가정을 이뤘다고 해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그냥 조금 더 삶에 충실해졌을 뿐이죠. 나이와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는 거잖아요. 연기 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지금 저와 같이 성장한 제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돼요. 같이 성장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더라고요.”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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