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상문 LG 감독.

시범경기는 시범일 뿐이라지만 LG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5승2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LG는 투타의 완벽한 조화가 더 고무적이다. 시범경기의 특성상 스코어에 상관없이 1, 2진 선수를 고루 출전시키고 있지만 내보내는 투수마다 잘 던지고, 타자마다 잘 치니 양상문 LG 감독은 절로 미소가 나온다. 양 감독은 지난 주말 KIA와 2연전을 앞두고 “솔직히 엔트리 꾸리기가 어렵다”며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지만 캠프 때부터 선수들이 잘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여기에 KIA와 2경기 결과가 보태지면서 양 감독은 머리 속이 더 복잡해졌다. 1996년생인 고졸 신인 안익훈은 15일 경기에서 3루타와 안타를 치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마운드에서는 김지용의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6회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그는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안정적인 제구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가 눈에 띄었다. LG 2군 시절 김지용을 눈여겨 본 김선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김지용은 주자가 있을 때 더욱 구속이 빨라지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용은 영동대를 졸업하고 2010년 신인 지명에서 9라운드 65순위로 LG에 입단했으나 그해 5경기에 등판한 것이 전부였다.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친 뒤 돌아와 기량이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스리쿼터에서 오버스로로 팔 각도를 올린 최동환도 8회 등판해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는 등 시범경기 3경기에서 3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기존 선수들도 꾸준한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마무리 봉중근을 비롯해 이동현, 신재웅,
유원상, 윤지웅, 정찬헌 등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LG 불펜진은 시범경기에서 스케줄대로 등판해 건재를 확인하고 있다. 고관절 부상을 당해 복귀 시점이 불투명했던 우규민도 등판을 시작했다.  
야수는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이미 실전 모드다. 특히 현역 최고령 선수인 이병
규(등번호 9)는 14일엔 대타로 나가 2루타를 터뜨리는 등 시범경기에서 9타수 5안타(1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정의윤도 KIA전 이틀 동안 홈런 포함 5안타를 몰아치며 양 감독의 행복한 고민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이병규(등번호 7)와 오지환, 최승준이 각각 홈런 2개씩을 터뜨린 LG 타선은 팀 홈런 11개로 ‘거포 군단’으로 변신했다. 시범경기만 놓고 보면 부상 중인 메이저리그 출신 3루수 잭 한나한의 존재조차 잊혀져 갈 판이다.
 물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제 남은 건 양상문 감독이 정규시즌용 옥석을 어떻게 가리느냐다. 지금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LG의 지휘봉을 잡았던 김기태 KIA 감독이 2013년 베테랑과 신예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을 때보다 더 치열하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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