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국내 유통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날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사드 보복 분수령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우리 업체들은 이날 기점으로 중국 내 반한(反韓) 정서가 거세질까 걱정하고 있다.

▲ 유통업계는 3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기점으로 중국 내 반한(反韓) 정서가 거세질까 걱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관영 CCTV 방송사는 매년 3월 15일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를 방영해 왔다.

중국 내 기업을 취재해 생산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집중적으로 조명해 고발해 중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으로 꼽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방송에서 브랜드명을 그대로 노출시키기 때문에 기업들은 완후이 방송을 두려워한다.

현재까지 어느 기업이 취재 대상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방송시간 전까지 철저히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며, 취재 역시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송의 예고나 보도자료도 전무해, 해당 기업의 선제적 대응이나 해명을 차단한다. 일단 타겟이 되면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완후이는 지난 2012년엔 까르푸와 맥도날드, 2013년 폴크스바겐, 애플, 2014년엔 일본 니콘, 호주 분유제조업체 오즈밀코 등이 해당 프로그램에 다뤄지는 등 주로 외국기업들을 표적으로 했다.

2015년엔 폴크스바겐, 닛산, 벤츠의 수리비 과다청구, 랜드로버 차량 결함 등 수입차가 대상이었다.

올해의 표적은 한국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자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화장품, 식음료 등 중국에 소비재를 판매하는 주요 기업들이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사드와 관련해 집중 공격을 받았던 롯데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롯데를 타겟으로 했다는 정황은 발견 못했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방송 전까지 알 수 없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롯데 측의 입장이다.

방송을 통해 고발되면 해당 기업이나 국가에 대한 신뢰도 추락과 소비자 외면에 이어 매출 급감 등으로 중국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론 절차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일방적보도로 소비자들은 선동하는 사례가 많았다.

중국 소비자들의 힘은 강력하다. 한번 중국의 국민적 반감을 사면 매출이 급감하고 리콜 및 사과 등 본사 차원의 대응을 해야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소비자의 눈치를 봐야했다. 2013년 완후이는 애플의 애프터 서비스를 문제 삼았다. 완후이 보도 이후 애플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중국 소비자, 언론, 정부까지 들고 일어났고 결국 팀 쿡 애플 CEO가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서야 상황이 진정됐다.

중국 현지에서 '롯데 때리기'는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데, 언제 다시 트집을 잡아 보복을 할지 모른다. 만약 '완후이'가 롯데를 선택할 경우 '사드 보복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한국 유통 기업들은 좌불안석으로 완후이 프로그램을 예의주시 중이다.

한편 15일은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사실상 '한국여행 금지령'을 내린 날이기도 하다.

이달 초 관련 당국은 자국의 주요 여행사에게 한국여행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실제 중국의 주요 여행사들은 한국 여행을 문의하면 다른 나라 여행을 권하거나 판매가 곤란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 왔다.

15일부터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면 여행·호텔·면세 등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업계가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까지 면세점업계는 이미 한국 여행을 온 중국인 관광객 덕에 이렇다 할 피해는 없었지만 이날 이후는 피해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다변화 등 업계에서는 최선을 다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겠지만,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피해가 있을 것 같다"며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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