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 대학생 박모 씨(26·남)는 자신의 외모를 꾸미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환하게 만들기 위해 화이트닝(미백)에 도움이 되는 팩을 주기적으로 하며, 뾰루지 등 피부 트러블이 발생했을 시 피부과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 흉터가 남지 않도록 스팟 패치를 붙이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 박 씨의 최고 관심사는 눈썹 정리다. ‘눈썹만 생겨도 30% 잘생겨 보인다’는 말에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남성전용 아이브로우, 타투펜 등의 상품을 알아봤지만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 매장에서 눈썹을 스타일링 해주는 브로우 바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한 박 씨는 백화점을 찾아 가격 문의를 한 뒤 곧바로 예약을 했다.

▲ 한 남성 고객이 롯데백화점 본점 에스티로더 화장품 매장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 롯데백화점

외모도 하나의 스펙이 되면서 젊은층은 물론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외모 가꾸기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외모 가꾸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그루밍족’들이 최근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여성들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피부과, 마사지숍, 왁싱숍, 아이 브로우바에서도 이제는 남성 고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들뜬 옆머리를 차분하게 해주는 다운펌 파마약, 부족한 머리숱에 뿌려 풍성하게 보이게 하는 퍼프, 눈썹을 손쉽게 그려주는 아이 브로우 등의 제품들은 SNS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오픈마켓에서도 남성용 BB크림, 남성용 쿠션팩트, 왁싱 관련 상품들의 판매량이 늘었다. 과거 화장품의 남성 고객은 대부분 패션모델이나 연예인 준비생이었지만, 최근엔 일반 직장인이나 군인들도 많은 이용을 하고 있으며 연령대 역시 20~50대로 다양해졌다는 것이 업체의 얘기다.

업계에서는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가 이미 1조원을 넘었고 조만간 1조5,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그루밍족’이 늘어나면서 남성 화장품 구매 트렌드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기존 스킨케어뿐만 아니라 색조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롯데백화점 조사 결과 진한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남성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롯데백화점에서 남성 고객이 자신의 미용 목적으로 구매하는 남·녀 공용 화장품 매출은 전년 최초로 500억원을 돌파했다.

색조화장품 브랜드 매출 중 남성 고객 구성비는 지난 2012년 4%에서 2016년 11%로 약 7% 포인트 이상 상승했으며, 남성 고객의 색조화장품 구매 객단가 또한 5년만에 15% 이상 높아졌다.

▲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가 눈썹을 스타일링 해주는 '브로우바'를 운영하고 있다. /베네피트 홈페이지

또한 작년 봄 남성 고객을 타겟으로 출시한 ‘문샷’ 브랜드의 ‘GD 쿠션’은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주 만에 준비물량 1만개가 완판되기도 했다.

유수근 롯데백화점 화장품 바이어(Buyer)는 “지난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이 1조를 넘었으며, 유투브 등에서 남성 메이크업 스타일링이 이슈가 되는 등 화장품 상품군에서 남성 고객들이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앞으로 여성고객의 전유물이었던 ‘메이크업 스타일링’ 프로모션도 남성 고객을 위해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이런 수요에 맞춰 17일부터 남성 고객들도 사용할 수 있는 쿠션, 립밤 등 신제품 화장품을 선보인다.

주요 품목은 ▲ 키엘 컬러 립밤 2만5,000원 ▲ 베네피트 눈썹마스카라 3만4,000원 ▲ 베네피트 모공 밤 4만4,000원 등이다.

또한 눈썹관리를 받는 남성 고객이 늘면서,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에서는 3월부터 눈썹을 스타일링 해주는 ‘브로우 바’ 매장을 확장하는 리뉴얼을 진행하고, ‘아이브로우’ 등의 신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베네피트’ 매장 리뉴얼은 올 하반기까지 전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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