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중국의 유니온페이·비자카드와 제휴한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결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유니온카드가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카드사의 부담은 커졌지만, 조기 대선 정국과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맞물려 수수료 현실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서는 누가 총대를 맬지 눈치만 보는 중이다.

▲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중국 유니온페이·비자카드와 제휴한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결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두고 고심 중이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국가에서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유니온페이와 비자카드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각 결제 수수료를 인상했다.

유니온페이는 지난해 12월 그간 면제해왔던 해외결제 수수료 0.6%의 면제 혜택을 끝내고 수수료율도 0.8%로 인상했다. 유니온페이는 앞으로 한차례 더 수수료 인상을 예고했다.

유니온페이가 해외결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중단하자 카드사들은 사용자의 수수료를 카드사가 부담하는 방법으로 현재까지 수수료 혜택을 제공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는 카드 이용자가 내는 게 여태까지의 방침이다”라며 “유니온카드는 소비자 부담을 우려해 그간 카드사가 수수료를 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자카드는 올해 1월부터 해외결제 수수료를 1%에서 1.1%로 늘렸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의 갑작스러운 인상 소식에 반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비자카드를 제소한 상태다. 10%의 인상분은 카드사가 대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해외 카드 고객의 수수료를 대납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업계가 추산한 해외결제 수수료 인상액은 비자카드만 연간 100억원 수준이다.

약관상 해외이용 수수료는 이용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카드사들은 한 달 전에만 수수료 부과 사실을 고객에게 고지하면 된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이용자들에게 돌리지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정치권의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분쟁, 금융당국의 지시 사항 등이다.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냈다. 여기에 반해 소비자 부담을 늘리기에는 여론의 눈치가 보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사드 부지 확정 이후 중국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도 걸림돌이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줄어들었는데 국내 여행객의 수수료만 늘어나면 고객 반발과 혐중 현상이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에게 수수료 인상분을 부담하도록 종용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구두로 지시사항을 전달해 카드사들의 부담은 늘리고, 증빙자료로는 남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비자카드와의 분쟁도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상분을 이용자가 지불하도록 한다면 비자카드의 입장에 어느정도 동의한다는 사인으로 읽힐 수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자구책으로 비자카드의 비중을 줄여왔다. 상품 비중과 신규 가입자 수를 축소해 올라간 수수료율을 보전한다는 심산이다.

지난달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제브랜드사별 해외겸용 상품 및 발급자료’를 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들이 2016년 비자카드의 상품 비중을 축소했다.

공백은 마스터카드가 차지했다. 카드사들이 올해 출시한 카드 중 국제 결제가 가능한 겸용카드 상당수는 마스터카드 브랜드로 출시됐다.

▲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의 자구책으로 비자카드의 비중 자체를 줄여왔다./사진=연합뉴스DB

비자카드와 유니온페이는 가맹점 수가 많은 만큼 입장을 바꿔 수수료를 인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자카드는 200개국 이상에서 사용 가능하며 가맹점 수만 지난해 하반기 기준 3,960만개에 이른다. 유니온페이는 150개국 이상, 2,780만개의 가맹점을 보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들 금융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외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소비자 부과 시기는 안갯속”이라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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