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형, 저 글로벌 베스트셀링카에요"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승을 끝내고 내리는 순간 차가 말을 걸어왔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혼다가 자랑하는 어코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지가 2017 베스트 엔진으로 선정한 2.0리터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전기모터 2개가 달렸다. 국내에는 지난 1월 출시됐다. 

차에 앉기 전까지도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나"는 생각이었다. 자동차 업계 기술력은 이미 상향평준화한 상태. 디자인에서도 어코드가 크게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하이브리드다.

▲ 어코드 하이브리드.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운전석에 앉으니 안락한 시트가 독한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어코드는 전장이 4,945mm에 전폭이 1,850mm나 되는 준대형이다. 휠베이스도 2,775mm로 긴 편이다. 가죽 재질도 고급스럽고 휠스티어링도 잘 만들어놨다. 

핸드브레이크에 조금 이질감을 느꼈지만, 무선 충전 시스템, 곳곳에 USB 충전 포트, HDMI단자까지 있는 것이 영락없이 ‘요즘 차’다.

센터페시아도 깔끔하다. 스크린과 터치식 버튼 몇개가 전부다. 스티어링 휠 버튼과 터치식 스크린 만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주 모니터 말고 위쪽 깊숙이에 모니터가 또 하나 있다. 트립과 오디오 상황을 보여준다. 조작은 스티어링 휠에 달려있는 버튼으로 할 수 있다. 워낙 잘 보이는 위치라서 차라리 내비게이션을 안쪽에 설치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는 아쉬움이 든다. 

▲ 기어봉은 무난하다. D모드와 B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SPORT 버튼을 누르면 차가 더 힘을 낸다.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시동을 걸었다. 물론 아무 소리도 없다. 웬만한 고속이 아니라면 바람 소리도 들이닥치지 않는다. 진동도 없다. CVT를 쓰고 변속 충격도 만들어놓지 않았다. 창문을 닫아놓으니 세상 모를만큼 조용하다.

주행 모드는 드라이브와 B, 스포츠모드가 있다. 기어봉에서 드라이브와 B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모드는 버튼식이다. B는 제동 모드를 뜻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알아서 회생 제동을 한다. 

▲ 오른쪽 조향등을 켜면 알아서 안쪽 모니터에 오른쪽 후방 상황이 켜진다.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만 쓸 수 있는 B모드로 달렸다. 드라이브 모드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크루즈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연비는 공인연비를 약간 하회한다. 공인연비는 19.5km/ℓ이지만 평균적으로 15km/ℓ정도가 나온다. 도심에서는 16~17km/ℓ 정도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효율 주행을 하면 좀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에서는 10~11km/ℓ다.

스포츠모드로 바꾸고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아보니 힘이 상당하다. 전기차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는 엔진 최대 토크가 17.9kg‧m에 불과하다. 대신 모터 최대 토크가 32.1kg‧m나 된다. 가속에 모터를 적극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속시에는 엔진보다 모터가 구동하는 느낌이 크게 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차체다. 조향이 가벼워지는 데도 불구하고 바닥에 달라붙은 느낌이 유지된다. 크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밀릴 기색도 없다. 안전하다 싶었다. 패밀리 세단의 위엄이다.

고속에서도 토크가 폭발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시속 120~130km를 넘으니 가속 페달을 밟아도 목이 뒤로 젖혀지는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속도는 멈추지 않고 올라간다. 근육질의 남성이 딸을 천천히 안아주는 기분이다. 시속 180km까지는 무난히 올라간다.

▲ 다소 좁은 느낌의 트렁크.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레인워치 기능도 달려있다. 오른쪽 조향등을 켜면 디스플레이에 오른쪽 상황을 보여준다. 굳이 오른쪽 사이드미러까지 고개를 돌릴 필요가 없어진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훨씬 편하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트렁크다. 아무래도 배터리 때문인지 트렁크가 작은 느낌이다. 그래도 내부 공간이 워낙 넓은만큼 큰 불편은 없을 것 같다.

가격은 4,000만원대 초반이다. 동급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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