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신규 수주 부진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에 최대 3조원의 신규자금이 ‘조건부’ 지원될 것으로 전망이다. 추가로 투입되는 자금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시중은행·회사채 채권자 등 대우조선과 관련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출자전환이나 채무 재조정을 통해 손실을 분담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살리기 러브콜을 받은 시중은행은 떨떠름한 분위기다.

16일 채권단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주 대우조선의 실사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결과와 향후 수주 예측, 지난해 영업실적 등을 종합해 판단한 뒤 대책을 23일쯤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 사진=연합뉴스

회계법인의 유동성 실사 결과 초안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회사채 만기가 집중된 올해 하반기 부족자금이 최대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우조선은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의 지원을 받고도 별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대우조선은 당장 다음 달 21일 4,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현재 끌어모을 수 있는 자금이 7,000억원 규모라 당장 4월 만기 도래 회사채를 막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하반기로 가면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조선은 7월엔 3,000억원, 11월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또 돌아와 올해만 9,4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 규모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금융당국은 우선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의 채무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신규자금을 지원하더라도 또다시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 여신의 출자전환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미 지난해 대우조선에 빌려준 돈 1조8,000억원을 주식으로 바꿨는데, 연이어 추가 출자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채무 재조정으로 국책은행만 전담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채무 재조정에 성공할 경우 신규자금을 공급해 대우조선이 유동성 위기를 넘기도록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현재 생각이다.

유동성 공급 방식으로는 ▲조건부 신규자금 지원(현상유지) ▲조건부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 ▲프리패키지드 플랜 등이 선택지에 올라있는데,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까지 검토한 것은 시중은행도 여신의 출자전환·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재개 등을 통해 대우조선 구조조정 부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뜻으로 비춰진다.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2, 3차 산업까지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협력업체만 370개에 달한다. 대우조선이 자금을 수혈받지 못하고 도산한다면 국가경제적으로 최대 56조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도한 천연가스추진방식 LNG운반선.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지원을 둘러싸고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달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이 대우조선 여신한도를 축소해 국책은행만 (지원) 부담이 커졌다”며 “시중은행이 기존에 약속한 대우조선 여신 한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구조조정의 부담을 국책은행들만 지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는 힘들다”며 “수주 등의 문제로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돈이 더 들어가는데 (시중은행들이) 프리라이더로 남는 형태로는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진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시중은행들은 손익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쉬운 의사결정은 아니겠지만 회사를 살리려면 돈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전향적으로 검토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대우조선에 발급한 RG는 10조원을 넘는다. 대우조선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들이 10조원 이상 되는 돈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달해 갚아줘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위험이 있지만 대우조선을 이끌고 가는 것이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산업은행의 입장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반응은 소극적이다. 수익성이 우선인 은행들의 입장에서 회생능력이 적은 기업에 계속해서 여신을 늘리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자산건전성을 유지하려면 또 충당금도 쌓아야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이런 지원 요청이 있지만 회생능력이 떨어지는 곳에 지원을 하라는 것이 사실 부담스럽다”며 “시중은행들까지 고통을 분담해야한다고 하지만 현재 상태로 봤을 때 돈을 떼일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데 주채권 은행도 아니기 때문에 요청오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대우조선해양이 과연 이번 자금 투입 후 또 손을 내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혈세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을 언제까지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이르면 금주, 늦어도 다음주 중으로 하게 될 전년도 실적 발표 결과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이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로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하면 신규자금 지원 등에 부정적인 여론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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