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14회> 글·김지훈

산하는 운전 좌석에 몸을 깊숙이 묻고, 주행 계기판 옆에 있는 액정화면을 응시했다. 짙게 코팅된 유리창은 사람들의 시선을 거울처럼 반사했다. 액정화면에는 카페 보안 카메라와 연결된 장면이 플레이되었다. 장수와 민이 진한 자몽 쥬스를 마시며, 대화했다. 총에 맞아서, 증발한 장수의 귀는 성형 수술을 받아, 감쪽같이 자리를 잡았지만, 예리하게 살펴보면, 귓등 뒤쪽으로 희미한 봉합선을 찾아낼 수 있다.

산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장수의 행방을 추적했다. 장수에겐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고, 그 후원자의 권력은 공항 검색대를 거치지 않고, 꼬레아로 들어올 수 있을 정도였다. 장수가 피를 탐했지만, 그의 사냥감만으로는 충분한 피를 확보할 수 없었다. 부족한 부분을 판타지늄 캡슐로 메워야 했는데, 판타지늄 캡슐은 값이 비쌌고,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장수는 항상 넉넉한 캡슐을 지니고 있었다.

산하는 장수의 후원자가 누구인지 짐작했다. 통화 내역과 카드 계좌 추적만으로도 간단한 리스트를 뽑아낼 수 있다.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왜? 장수를 돕는걸까?’라는 의문이었다. 또 다른 의문은 ‘왜? 장수가 민을 만나는 것일까?’ 였다.

액정화면 속의 장수는 산하를 향해 윙크했다. 산하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렸다. 장수는 산하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아니면 혹시 모를 감시자를 초조하게 하기 위한 괜한 짓일 수도 있다. 산하는 보안장치가 달린, 스마트폰으로 마킷에게 연락했다.

“장수의 입국을 경찰에 알릴까요? 아니면 제가 직접 ….”

“아니, 감시만 해주게. 지금 민을 만났다고 …. 준은 안전한가?”

“네. 준은 도서관에 있습니다.”

“만일, 장수가 준을 해치려고 한다면, 준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까?”

“제가 몇가지 호신술을 가르쳤고, 준의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지만 …. 장수가 작정하고 덤벼들면, 준은 몇 초 버티지 못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준에게 경호원을 붙여주는 건 어떨까?”

“희생만 더 늘어날 뿐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장수를 제거하는 겁니다. 녀석의 능력은 상식을 뛰어넘어요. 영생자라는 존재 자체가 이미 정상적이지 않지만 …. 영생자가 맘만 먹는다면, 혼자서 경찰 특공대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영생자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니, 전쟁터에 내다 팔면 되겠군.”

마킷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리 능력이 빼어나다해도, 총보다 빠르진 않죠. 왜 장수를 살려두시는 거죠?”

“그의 미션을 확인해야 해.”

“미션?”

“후원자가 장수를 도와주는 건, 미션이 있기 때문이야. 그걸 알아낼 때까지 장수를 놔둬야 해.”

“후원자에게 직접 물어보시는 건 어때요? 제 생각에는 당신과 친할 것 같은데 ….”

“친한 것과 자주 만나는 건 달라.”

마킷은 통화를 종료했다.

산하는 한숨을 내쉬며, 시선으로 액정화면 영상을 쫓았다. 장수와 민은 카페를 나와 거리를 걸었고, 거리에 있는 보안카메라가 액정화면에 연결되었다.

 

* * *

 

솟구친 물줄기는 허공에 부딪쳐, 찬란하게 부서져 내렸다. 도서관 앞 분수대는 가끔씩 청둥오리가 내려앉을 만큼 물이 풍부했다. 분수대 중심에는 책 읽는 누드 여성과 나팔 부는 아기천사들의 조각상으로 갈무리되었다. 남학생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몰리는 여성의 가슴은 …. 책을 들고 있는 팔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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