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고위험군 추가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이면서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 특히 저축은행의 충당금 비율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 자금줄이 메마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내몰린 서민들은 동아줄 잡는 심정으로 불법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다. 불법 대부업체가 흥하면 가계부채 실질 통계는 줄어들고, '숨은 통계'와 악성 부채는 늘어난다는 위기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금융당국은 오는 4월부터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상호금융·캐피탈사의 관리를 강화하는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방안’을 시행한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0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상호금융·캐피탈사의 관리를 강화하는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방안’이 시행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제2금융권의 고위험 대출에 대한 추가충당금 규정을 마련해 예상보다 6개월 당겨 시작한다.

저축은행은 금리 20% 이상인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을 20%에서 50%로 급격히 늘린다. 상호금융은 현행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예컨대 저축은행의 금리 15%, 1,000만원 대출의 경우 20%인 200만원만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 되지만, 금리 22%의 1,000만원 대출은 원금 충당금인 20%에 추가충당금을 더해 30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호금융보다 저축은행이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많다 보니 위험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충당금을 높게 쌓기 보다 저신용자의 대출을 줄이는 방안으로 갈 것”이라며 “만약 신용등급 중~저등급을 모두 대출해줬다면 4~5등급만 통과시키는 등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자구책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충당금을 채워야하는 20% 이상 대출도 대부분의 저축은행에서 적게는 85%에서 많게는 99%에 이른다. 신규대출에 한해서만 추가충당금을 부과하더라도, 현행 상품 대부분이 금리 20%를 넘는 상황에서 상품을 대대적으로 변경하지 않으면 사실상 신규대출이 어려워진다.

저축은행에는 생계형 대출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제2금융권 중 특히 저축은행의 충당금 부담이 오르면 서민 가계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67.1%에 육박한다.

금융권에서는 ‘초이노믹스’로 급격히 불어난 가계대출 책임을 금융사가 떠안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부양책 시행 전 1,050조원에서 지난해 말 1,344조원으로 300조원 치솟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제1금융과 제2금융을 막으면 불법 대부업체의 배가 부를 수밖에 없다”며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악성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업체의 고금리는 심각한 수준이다. 9일 금융감독원이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6년 12월말을 기준으로 상위 20개사 대부업체의 대출 중 이자액이 원금의 100%를 넘는 대출이 4만6,042건에 달했다. 표면에 드러난 대형 업체만 조사한 결과여서 수면 아래에는 원금초과 대출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불법사채의 평균 연이율은 2,279%를 기록했다. 만원을 빌리면 한해 이자로만 22만7,900원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해 접수된 불법사채의 대출원금은 76억원, 인당 2,452만원이며 상환총액은 119억원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경기 부양으로 가계대출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출 총량을 줄여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보다 경기가 살아나야 대출 신청을 하는 가계 자체가 내려간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여신업으로 수익을 얻고 있지만 사실상 경기가 좋아져 가계대출 총량이 줄면 반가운 일”이라며 “지금은 가계대출 증가세는 사상 최대이지만 저신용자 대출 등 리스크가 커 차라리 위험성이 적고 상환 비율이 높은 대출로 규모가 축소되는 편이 낫다”고 전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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