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가요계 역사상 이런 경우는 없었다. 멤버도 조합도 그대로인데 팀 명(名)만 비스트에서 하이라이트로 바뀌었다. 이들은 20일 낮 12시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첫 번째 미니앨범 ‘캔 유 필 잇’을 발매하고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2009년 비스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쇼크’, ‘별 헤는 밤’, ‘픽션’, ‘비가 오는 날엔’, ‘아름다운 밤’ 등 여러 히트곡들을 발매했고 일본에도 진출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멤버 장현승이 탈퇴 결정을 내리며 6인조였던 그룹은 5인조로 재 정비됐다.

이 때 발매한 앨범이 3집 ‘하이라이트’였다. 타이틀 곡은 ‘리본’으로 매듭이라는 의미와 함께 새롭게 태어난다(re-born)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 장현승 없이 5인조로 활동에 돌입하는 비스트의 각오를 드러낸 셈이었다.

이 앨범을 끝으로 비스트는 당시 소속사였던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결별했다. 소속사는 독립을 원하는 비스트를 위해 독자 레이블 설립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비스트는 새 회사인 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새로운 활동 준비에 나섰다.

문제는 ‘비스트’라는 팀 명이었다. 멤버들은 독립했지만 그룹 이름만큼은 큐브엔터테인먼트에 그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비스트 독립 이후 양측은 꾸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원년 멤버 장현승을 주축으로 3인조 비스트를 결성하겠다’는 공식 발표를 했다. 자연히 기존에 비스트로 활동했던 윤두준, 용준형,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은 비스트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비스트는 팀 명을 ‘하이라이트’로 변경했다. 멤버들은 그대로인데 그룹 이름만 바뀐 것이다.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들은 가요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13일 선공개곡 ‘아름답다’를 발표, 벅스, 올레뮤직, 지니 등 주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새로운 팀들이 쏟아지는 가요계에서 그룹에 대한 ‘인지도’는 음악이나 퍼포먼스 만큼 중요한 게 사실이다. 하이라이트는 자신들이 그간 비스트로서 높인 인지도가 대폭 하락했음에도 음악으로 차트를 호령하며 자신들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물론 하이라이트는 이제 시작이고 아직 갈 길이 멀다. 방송 출연, 해외 진출 등 지금껏 깔끔하게 닦아 놓은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어서 걸어가야 한다. 하이라이트의 실험이 이제 시작됐다.

사진=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