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 재단 출연금 지원과 대가성 집중 추궁
박 전 대통령 소환 기점으로 구속 여부 결정될 듯

[한스경제 이선율]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과 뇌물공여죄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을 상대로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주는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예정된 만큼 수사의 핵심쟁점인 뇌물 및 강요 혐의 여부가 재계 총수들의 운명을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보다 대기업 뇌물죄 적용에 매몰되는 경우 경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에 이어 검찰 수사의 집중 타깃이 된 SK와 롯데, CJ 등은 그룹 내 산적한 경영현안을 뒤로 미루고 총수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SK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한 것이 면세 인허가와 지난 2015년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SK는 계열사 세무조사, 주파수 경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시도와 관련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6일 SK그룹 전현직 임원 3명을 소환조사한데 이어 18일에는 최태원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3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당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SK 재단 출연금이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 인과관계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기소 여부는 오는 21일 예정된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는데 이와 같은 출연금이 롯데면세점과 월드타워면시점 등의 특허권을 얻기 위한 대가성이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탈락했으나 지난해 4월 면세점 사업자로 추가 선정됐다.

또한 롯데그룹은 2015년 5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으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이 돈을 돌려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을 통해 롯데그룹 수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롯데가 지원한 자금에도 대가성이 있다고 결론날 경우 신동빈 회장 역시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우선 검찰은 그룹 핵심 관계자들을 불러 보강 조사를 한 뒤 신 회장 소환 여부를 검토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13억원을 출연해 이재현 CJ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최순실 측근 차은택 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창조융합벨트(K컬쳐밸리) 사업에 1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도 했다.

특검은 지난해 이재현 CJ 회장의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청와대와 CJ 간에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안종범 수첩'을 확보한 상황이다.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는 ‘이재현 회장을 도울 길이 생길 수 있다’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CJ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성매매 동영상에도 연루됐다. 검찰은 핵심공범들을 상대로 CJ 그룹 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한편 이들에게 흘러들어간 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그러나 이재현 회장은 지병 치료차 이달 초에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라 이번 검찰 조사는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에 대한 조사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이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서 뇌물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수사 핵심타깃이 되는 기업의 총수들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기업 총수들의 해외출국도 막혀 있어 여러 인수합병 등도 무산된 상태로 이는 전반적인 일자리 창출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 수사는 가급적 빨리 마무리해 얼어붙은 경기가 다시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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