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롯데그룹과 관련한 경영 비리 첫 재판에 신격호 총괄회장과 그의 두 아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는 혐의 전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며 검찰 측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휄체어를 타고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호형 기자

20일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는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격호 총괄 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 씨가 공동 피고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롯데 총수 일가 대부분은 법정에 들어서기전 경영 비리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신동빈 회장만이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8억원의 '공짜 급여'를 주게 하고,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774억원의 손해를,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471억원의 손해를 각각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신 총괄회장은 공짜 급여에 따른 횡령과 함께 858억원의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를 받는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신 전 부회장은 391억원의 공짜 급여를 받아간 혐의를, 신 이사장과 서 씨 등은 조세포탈 및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공모 등의 혐의를 받는다.

이들 모두는 법정에서 혐의를 전격 부인했다. 먼저 신격호 총괄회장 변호인 측은 "신 총괄 회장이 정책지원본부에 잘 검토해보라"는 차원의 말만 했을 뿐 구체적인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변호인은 "영화관 매점 운영권이나 보수 지급 문제, 보유 주식 매각 등 구체적인 업무는 정책지원본부가 입안해서 시행했다"며 "신 총괄회장이 구체적인 내용에 관여한 바 없고, 총괄회장 지위에서 한 일은 정책본부에 잘 검토해서 시행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 등은 부친인 신 총괄회장이 결정권을 쥐고 있었다며 책임을 피했다. 신동빈 회장의 변호인은 "자식된 도리로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법정에서 사실대로 말하는게 좋을 것 같다"며 "신 총괄회장이 영화관 매점 문제 관련해 수도권 매점은 서유미(사실혼 관계)씨에게, 지방 매점은 딸인 신영자 이사장에게 나눠주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신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매점 운영권과 관련해 상의 받은 적도 없다"며 "공소사실엔 신 회장이 적극 지지하고 따랐다고 돼 있지만 아무 한 일이 없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총수 일가에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줬다는 혐의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비롯해 가족들의 급여를 직접 결정했다"며 "채정병(전 롯데카드 대표)씨가 가족들 급여안을 만들어오면 신 총괄회장이 각각 옆에 지급할 금액을 손수 펜으로 수정해줬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급여마저 채정병 전 대표를 통해 통보받았다는 게 변호인 주장이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도 "일본 롯데 회장으로서 한국과 일본 그룹의 경영 전반에 관여한 만큼 보수 지급은 당연하고 적법하다"며 '공짜 급여' 혐의 등을 부인했다.

서미경씨 측도 "영화관 매점 임대 문제에 관여한 바 없고 어떤 불법적인 수익을 달라고 한 것도 전혀 아니다. 배임의 고의 자체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신영자 이사장 측은 "영화관 매점 문제는 시작부터 종료때까지 신 총괄회장의 의사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의 혐의 인정 여부를 확인한 재판부는 사건을 공소사실 별로 분리해 심리하기로 했다.

한편 휠체어를 타고 예정 시간보다 20분 가량 법정에 늦게 도착한 신 총괄 회장은 "이 회사는 내가 지분 100% 가진 회사이며 내가 만든 회사인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며 재판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재판부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건을 분리 조치하고 퇴정하도록 유도했고,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은 법정 출석 30분 만에 퇴정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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