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몸 불리기에 한창이다. 국경선을 넘어선 합병 릴레이에 거센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합병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일은 프랑스 PSA그룹의 독일 오펠사 인수다. PSA그룹은 지난 6일(현지시간)미국 GM으로부터 오펠을 22억유로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오펠이 갖고 있던 영국 복스홀도 여기에 포함됐다.

▲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은 플랫폼에 파워트레인까지 공유했지만 개성있는 성능으로 서로 다른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PSA그룹은 오펠을 흡수하면서 연간 생산량 500만대를 넘는 초대형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에 이은 두번째 규모다.

인수합병으로 인한 업계 판도 변화는 이미 작년부터 시작됐다. 2016년 5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일본 미쓰비시를 인수하면서 연간 판매량 1,000만대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던 것. 2016년 결산 업계 순위는 여전히 4위였지만 5위인 현대기아차와 차이를 벌리는데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만간 독일 폭스바겐도 이런 합병 행렬에 동참할 조짐이 보인다. 마티아스 뮐러 사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자동차 그룹인 FCA와 연대하거나 합병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 이달 초세르조 마르키온네 FCA CEO가 제네바 모터쇼에서 GM이나 폭스바겐과 합병할 수 있음을 시사했던 만큼, 폭스바겐과 FCA가 합쳐질 가능성은 아주 높은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가 이처럼 몸집불리기에 나서는 이유는 자동차 산업 특성 때문이다. 더 많은 공장, 더 많은 시장, 더 많은 브랜드가 있으면 판매량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고집적 상품인 만큼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줄여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있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 순위는 연간 생산량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자동차는 생산되는 양만큼 판매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목표를 판매량이 아닌 생산량 825만대로 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플랫폼 하나를 개발해 여러 차종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거대 자동차그룹의 매력이다. 플랫폼은 차량의 기본 뼈대를 뜻한다. 섀시를 비롯해 다양한 부품이 포함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일부 사양과 이름만 바꿔서 판매할 수도 있다. 한국지엠이 생산한 스파크가 약간의 변형을 거쳐 유럽에서는 오펠 칼로 판매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폭스바겐그룹 브랜드는 대부분 MQB, MLB 등 플랫폼으로 신차를 만든다. 현대기아차도 2002년 22개였던 플랫폼을 2013년 6개로 대폭 줄였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차량을 보다 쉽고 저렴하게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르노그룹에는 CMF라는 플랫폼이 있긴 하지만 같은 세단인 탈리스만(SM6)와 닛산 알티마는 전혀 다른 뼈대를 쓴다. 심지어 인피니티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랫폼을 가져다 쓰고 있다.

비록 원가 절감 효과가 적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출시된 닛산 등 르노그룹 브랜드들은 뚜렷한 개성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작년에 인수한 미쓰비시 역시 독자 노선을 이어가도록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만 르노그룹도 앞으로 출시할 전기차 플랫폼을 서로 공유하기로 한 상황. 그룹간 같은 플랫폼을 가진 차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회사가 커지고 플랫폼이 많아지면 원가 절감에 따라 회사 이익도 늘고 소비자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자동차 업계 대형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서 “플랫폼이 같으면 한계가 생기지만 같은 차는 전혀 아니다”며 “적게는 인테리어에서 크게는 파워트레인까지 바꾸는 만큼 다른차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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