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현] #피의자 A씨는 도박 사이트 운영자 등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12명의 계좌번호를 확인 후 5만원씩 보낸 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허위로 지급정지 신청했다. A씨는 계좌명의인들에게 지급정지 취소를 조건으로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이들로부터 약 1,000만원을 갈취했다. 계좌 명의인이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 등이기 때문에 이의제기를 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피의자 B씨는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하던 중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42차례 금융회사에 유선으로 지급정지를 신청했다. 금융회사가 허위신고를 의심해 지급정지를 해주지 않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 등을 해 결국 해당 계좌를 지급정지 시켰다. 계좌명의인들에게 지급정지 취소를 조건으로 합의금을 요구하여 이중 16명으로부터 1,100만원을 갈취했다. B씨는 계좌명의인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계좌에 대해 피해금 환급(서면)을 신청해 자신이 송금한 금액 1,574만원을 환급받았다.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제도를 개인의 불법적인 목적에 악용하는 허위 신고가 늘고 있는 가운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 명의인들이지만 일부는 정상적인 상거래 계좌의 명의인들이어서 피해의 심각성은 더 크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 중 보이스피싱 피해를 이유로 20회 이상 유선으로 지급정지를 신청해 허위신고자로 의심되는 자는 총 70명이다. 이들의 신청으로 지급정지된 계좌 수는 총 6,922로 집계됐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제도를 개인의 불법적인 목적에 악용하는 허위 신고가 늘고 있는 가운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최근 사진제공=연합뉴스

지급정지된 6,922개 계좌 중 채권소멸절차(피해금이 입금된 계좌에 남아있는 잔액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절차) 진행을 위해 허위신고 의심자들이 서면신청서를 제출한 계좌는 722개(10.43%)에 불과하다. 나머지 6,200개 계좌는 합의금 등을 받고 지급정지를 취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서면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한 722개 계좌의 피해구제 신청금액도 평균 132만2,000원으로 이들은 소액 입금 후 합의금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수사기관에서 허위신고자 4명을 구속 수사 중"이라며 "추가적인 구속 수사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위로 지급정지 등 피해구제를 신청할 경우 허위신고자는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 밖에 사기, 공갈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김범수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사실 금융회사들은 몇번 지급정지 신청했는 알수 없다"라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실제 보이스피싱에 의한 지급정지 요청을 했는데 금융회사가 거절했다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이 있어 거절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사기범에 속아 자금을 이체한 경우에도 신속히 지급정지 조치가 가능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피해자의 피해구제 신청서가 접수되면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채권소멸 개시공고(2개월) ▲채권소멸 확정 ▲환급액 결정통지 등의 절차를 거친 후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환급하게 된다.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은 채권소멸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사실이 소명되는 경우 피해구제 절차는 종료된다. 또 피해자가 피해구제 신청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피해구제 절차가 끝난다.

하지만, 통상 2개월간 채권소멸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명의인이 계좌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허위신고자의 협박에 합의금을 지급해줄 수 밖에 없다.

금감원은 허위신고자에 대한 '금융질서 문란행위자' 등록을 검토해 금융거래시 불이익을 받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되면 신규대출 거절, 신용카드 한도 축소 및 이용정지, 신규 계좌 개설 및 보험가입 거절 등 최장 12년간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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