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피고인’이야? ‘김사부’야?’

배우 한석규와 김래원이 의사가운을 벗고 교도소 재소자로 변신했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프리즌’을 통해서다. 두 사람은 죄수복을 입고 돌아왔지만, 전작인 ‘낭만닥터 김사부’(김사부)와 ‘닥터스’ 속 모습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것 같았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드라마 ‘피고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는 감옥의 절대 제왕 익호(한석규)와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 유건(김래원)의 범죄 액션을 그렸다. 한석규는 데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익호는 죄수들을 진두지휘하는 권력자이자, 교도관들조차 자신의 발밑에 두고 쥐락펴락하는 인물이다. ‘연기의 신’ 한석규 마저 극악무도한 익호를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석규는 “익호는 나쁜 놈이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본능적으로 쉽지 않겠구나 느꼈다. 하지만 늘 스스로 안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못하는 것은 동료들이 채워 줄 것 같았다.‘나나 잘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결과물을 보니 스스로는 아쉽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익호는 정의로운 괴짜의사 김사부와 180도 다른 캐릭터다. 오히려 전작 ‘김사부’에서 권력에 눈이 먼 거대병원 도윤완(최진호) 원장과 비슷했다. 그러나 영화 중 후반부 익호가 악랄한 면모를 드러내기 전까진 김사부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한석규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중저음의 톤은 김사부와 똑같았다. 거대병원 외과과장으로 출연한 장혁진 역시 깜짝 등장해 ‘김사부’를 떠올리게 했다. 장혁진은 익호의 범죄를 돕는 브레인 김박사(김성균) 무리 중 한 명으로 얼굴을 내비쳤다.

사실 한석규와 김래원은 ‘프리즌’을 먼저 찍고 ‘김사부’와 ‘닥터스’를 각각 촬영했다. ‘프리즌’개봉이 미뤄지면서 안방극장을 통해 먼저 컴백하게 됐다. 김래원은 로맨틱한 의사에서 꼴통 경찰 유건으로 변신했다. 한때는 검거율 100%,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잘나갔지만 증거 인멸 및 담당 경찰 매수 등의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교도소 사고뭉치에서 익호의 오른팔로 성장한다.

김래원 특유의 능글거리는 매력은 ‘닥터스’ 때와 변함이 없었다. 그냥 경찰 유건이 ‘꼴통’으로 변한 것도 김래원의 적극적인 의견 피력 덕분이다. 원래 유건은 말수가 적고 무거운 캐릭터였다. 김래원은 영화에 반전이 있으니 “무겁게 가면 오히려 ‘숨기는 게 있구나’ 눈치 챌 것 같았다. 조금 가볍게 가면서 중간 중간 웃음을 주는 포인트를 줬다”고 했다. 유건을 ‘김래원화’ 해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들었다. 10여 년이 지난 영화 ‘해바라기’의 명대사 “꼭 그렇게 다 가져야만 속이 후련하냐”를 아직까지 패러디 하는 이유도 이 때문 아닐까. 김래원이 툭툭 내뱉는 애드리브는 관객들을 웃음 짓게 했다.

더욱이 조재윤은 ‘피고인’에 이어 죄수복을 입고 나와 ‘프리즌’과 비교됐다. ‘피고인’ 역시 교도소를 배경으로 했다. 심지어 촬영장소도 전남 장흥교도소로 똑같다. 조재윤은 “‘프리즌’ 끝나고 4~5개월 후에 ‘피고인’ 촬영하러 교도소에 또 갔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교도소 안내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재윤은 익호 무리의 행동대장 홍표를 맡아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피고인’에서 주로 웃음을 책임졌다면 ‘프리즌’에선 비열하고 악랄한 면모를 드러냈다. ‘피고인’에서 보안과장을 연기한 김승훈은 ‘프리즌’에서도 같은 역으로 출연했다. ‘피고인’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영화는 이경영이 출연한 영화와 출연하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고 하지 않나. 이번에도 이경영이 특별 출연해 어디서 본 듯한 그저 그런 범죄 액션 영화를 만들었다. 사진='프리즌' 스틸컷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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