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미국 금리인상이 카드론 금리 인상의 현실화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카드사들이 카드론 평균금리를 올리는 추세다. 경기 경색으로 저신용자 대출이 늘어난 점도 카드론 금리 인상을 부추겼다.

카드업계는 대손비용과 조달비용이 동시에 오른 상황에서 카드론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저신용자의 회수율이 낮아지는 데다 고금리 장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진퇴양난이다.

▲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대손비용과 조달비용이 동시에 오른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카드론 금리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으로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를 뺀 5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가 모두 상승했다.

카드업계에서는 금리인상 바람으로 카드채 금리가 상승선을 그렸지만, 실제 카드론 금리 인상까지는 시차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시기의 카드론 금리가 오른 것은 저신용자 유입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확정되면서 카드채 금리는 상승세를 탔다. 1월과 2월 카드사들의 채권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10bp 상승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카드채(AA+) 3년물 시장금리는 1.5%에 못 미쳤지만 지금은 2%를 상회하고 있다. 캐피탈채(AA-) 3년물 시장금리도 1.7%대에서 2.3% 이상으로 올랐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1%p 오를 때 카드채 금리는 시차를 두고 0.17%p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카드채 금리가 1%p 인상되면 이자비용이 0.11%, 판매와 관리비가 0.036% 오르는 등 영향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채는 은행금리처럼 바로 오르거나 내리지는 않고 시차를 두고 시장 충격을 받는다”며 “지난해 금리인상이 예고되면서 카드사들이 채권 발행을 미리 하면서 체급을 불려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회수율이 낮은 저신용자(7~10등급)의 카드론 금리는 대다수 카드사가 내렸다.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1월 1.13%p 올린 현대카드와 0.39%p 인상한 롯데카드를 제외한 전업계 카드사 다섯 곳은 금리를 낮췄다. 동기 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0.47%p, 0.34%p 인하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0.16%p, 0.11%p 각각 내렸다.

카드사들은 전체 신용등급에 걸쳐 카드론 금리를 올려야 할 사정이지만 저신용자의 카드론 금리 인상은 망설이고 있다. 저신용자의 카드론 금리가 오르면 아예 회수를 포기하는 차주의 비율이 높아져서다.

금리가 인상된 카드사들도 저신용자들이 카드론을 받아 잠시 금리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월 기록을 살펴보니 7등급의 저신용자들의 카드론 대출이 전월대비 상승했다”며 “저신용자 차주가 늘어나면 대손충당금을 그만큼 불려야 해 전체 금리가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에게 받는 기준 금리는 올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현재는 경기 경색이 카드론 금리를 견인했다면, 미국이 금리 인상을 확정 지은 뒤에는 연쇄 금리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민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2016 년 9 월말 카드사1의 개인카드자산(73조8,000억원) 중 취약차주와 잠재적 취약차주 비중이 각각 12.7%, 17.9%로 구성돼 있다”며 “향후 금리 상승 혹은 유 동성 공급 위축이 가속화될 경우 카드사의 건전성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카드론 적정성을 점검하고 있다. 카드론 잔액은 2016년 말을 기준으로 2015년 말 대비 2조8,000억원 늘어난 2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불합리한 영업관행과 관련해 카드사들이 금융당국과 MOU를 맺었다. 그 중 하나가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매기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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