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박근혜 정권 아래 풍문으로 돌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최순실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화 예술계 전반에 걸쳐 인사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다행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블랙리스트는 사라졌고, 영화계는 자유를 되찾았다. 표현의 자유가 허용된 문화예술계가 또 다시 정부로부터 억압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정권 교체를 앞둔 가운데 주목해야 할 작품들을 꼽아봤다.

■ 끔찍한 안기부 실체 ‘보통사람’

‘보통사람’(23일 개봉)은 1980년대 안기부의 실체를 다룬 작품이다.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연소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은 호헌조치로 인해 국민의 불만이 들끓자 시선을 돌리는 방법으로 연쇄 살인사건을 조작한다.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여전히 규남 같은 인물은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세상에 드러나 씁쓸함을 자아낸다.

원제는 ‘공작’이었으나 제작진과 김봉한 감독의 긴 논의 끝에 ‘보통사람’으로 제목을 변경했다. 배경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정권이 한창인 1970년대에서 1980년대로 시기를 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받지 못해 제작에 난항을 겪었다. 손현주는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모르지 않았나. 나라에서 받는 펀드는 못 받은 게 사실이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 광주민주화 운동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사’ 역시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을 다룬 ‘변호인’에 출연하고,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참여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송강호의 신작이다.

‘택시운전사’는 택시기사 김사복의 실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만섭과 피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당시 광주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제작비만 100억 원대인 대작이다.

■ 박종철 고문치사 ‘1987’

굉장히 민감한 소재다. 1987년 6월 항쟁을 배경으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다룬 ‘1987’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국가와 사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캐스팅 면면만 봐도 화려한데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김태리가 출연한다. 시대적 배경은 ‘보통사람’과 같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경찰이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을 불법 체포해 고문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물고문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경찰이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책상을 ‘탁’ 치니 (박종철이) 갑자기 ‘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고 거짓말해 대국민 공분을 샀던 정황도 영화 속에 고스란히 드러날 예정이다.

■ 블랙리스트 감독과 배우의 만남 ‘강철비’

‘강철비’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나란히 오른 양우석 감독과 정우성이 만난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게다가 남북전쟁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영화적으로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양우성 감독의 웹툰 ‘스틸 레인’을 모티프로 현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공존하는 남한의 정권교체기를 배경으로 한다. 쿠데타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북한 최고 권력자 1호가 북한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함께 남한으로 숨어 들어오면서 한반도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게 되는 남북한 비밀 첩보 작전을 그린다. 총 155억 원의 예산을 들인 대작이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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