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금호타이어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통할지,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가 품에 안을지 주주협의회가 해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더블스타 매각을 추진하자니 국익 여론이 두렵고 박 회장에게 넘기자니 약정을 무시한 처사는 물론 차입에 의한 재무적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채권단에 “자금 조달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채권단이 이를 거부했다.

주주협의회와 박 회장 간의 갈등 속에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박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방식의 우선매수권 허용안건의 부의를 연기하면서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산은은 전날 오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주재로 열린 내부 회의에서 박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방식의 우선매수청구권 허용 안건 부의를 연기했다. 산은은 당초 20일 주주협의회 회의를 열어 박 회장 측에 대한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안건으로 올리고, 22일까지 찬반 의견을 취합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률문제 등을 보다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큰 일이 있어서 연기된 것은 아니고 안건 부의 과정에서 추가로 법률 리스크를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시간이 늦어졌다”며 “오늘 중에는 부의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타 채권기관의 컨소시엄 허용 관련 의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입장을 지금 밝히기에는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채권단 대표인 산은은 박 회장 측이 갖고 있는 우선매수권의 제3자 양도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것에서 한 발 물러나 “채권단 차원에서 검토해보겠다”면서 20일 우리은행, 국민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기관에 컨소시엄 허용 관련 의견을 22일까지 달라는 공문을 보낸 상황이다. 채권단은 22일까지 박 회장 측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우선매수권 행사 요구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면 채권단 75% 이상(지분 기준)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산업은행(32.2%)과 우리은행(33.7%) 지분의 합이 75%를 넘어, 한 곳만 반대해도 부결되기 때문이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채권금융기관들은 산업은행의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내부 협의 내용이나 진행상황을 전혀 오픈하지 않고 있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는 산은을 중심으로 자구책, 지원 등의 내용이 합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타 채권금융기관들은 그 후 움직임이 나올 것 같다”며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책은행인 산은이 차기정권 눈치를 안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채권단은 이래저래 난처하게 됐다. 만약 컨소시엄을 허용한다면 1조원 가까운 돈을 써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허용하지 않으면 박 회장이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더블스타는 ‘우선매수권이 박 회장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사장 ‘개인’에게 있다’는 확약서를 산은으로부터 받고 매각 입찰에 뛰어들었다. 박 회장은 입찰자인 더블스타도 6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니 형평성을 고려해 컨소시엄 방식의 인수를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인수를 성사시킨다하더라도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회사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미대선'을 앞둔 대선 후보들도 국익을 앞세워 박 회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해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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