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임영희/사진=WKBL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적수는 없었다. 아산 우리은행이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5전3승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용인 삼성생명을 83-72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를 기록한 우리은행은 2012-2013시즌 이후 5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다인 9번째 챔프전 승리 역사까지 썼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박혜진(27)은 기자단 투표 64표 중 39표를 받아 챔프전 MVP도 품에 안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우승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숨은 MVP가 있다. 팀의 맏언니 임영희(37)다. 박혜진도 "정규시즌 MVP를 내가 받았을 때도 영희 언니에게 미안했다. 챔프전 MVP는 꼭 언니가 받았으면 했는데, 내가 받게 돼 미안하다"는 소감을 남길 정도다. 임영희는 이번 챔프전 3경기에서 평균 16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이날도 결정적인 순간 빛났다. 임영희는 연장전 72-7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상황에서 연속 4점을 넣으면서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정규리그에서도 12.66점(국내 5위), 3.8어시스트(전체 4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성적을 냈다. 여자프로농구에서 허윤자(38·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 의미 있는 기록이다.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활약이다. '독사'로 불릴 만큼 선수단에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위성우(46) 우리은행 감독도 임영희에게만은 엄지를 치켜든다. 위 감독은 "(우리 나이로) 서른 여덟 살이면 여자 농구에서는 할머니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 피로도 잘 안 풀리기 때문에 팀에서 훈련도 빼주고, 조절을 해줘야 하지만 예외 없이 훈련을 시킨다"며 "그래도 항상 꾸준하다. 자기가 갖고 있는 걸 유지할 줄 안다"고 칭찬했다.

코트 밖에서도 '맏언니'의 역할을 책임진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축 선수인 양지희(33)가 부상을 입고, 이승아(25)가 임의탈퇴를 하면서 위기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임영희는 "한 발씩만 더 뛰자. 우리가 잘하고 있으면 부상 선수들도 마음 편하게 재활을 하고 돌아올 수 있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똘똘 뭉친 우리은행은 정규리그에서 국내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 승률(0.943•33승2패)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챔프전 우승을 확정 지은 후에도 위성우 감독이 가장 고마움을 드러낸 선수는 임영희였다. 위 감독은 "립 서비스가 아니라 정말로 열심히 하는 선수다. 후배들 앞에서 내게 욕을 먹을 때도 있지만, (싫은) 내색 한 번을 안 한다"며 "감독 입장에서도 박혜진이 MVP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임영희는 팀이 우승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선수다. 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가 다 그렇게 생각한다.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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