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오는 23일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 방안 발표를 앞두고 채무 재조정 자율적 합의가 없다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채권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현대상선 구조조정 때도 임 위원장은 법정관리를 언급하면서 해외 선주들과 사채권자의 협상을 타결시켜 기업을 정상화시킨 적이 있다. 이번에도 임 위원장의 강수가 통할지 주목된다.
 
21일 임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채무 재조정) 이해관계자들의 자율적 합의가 없다면 법적인 강제력이 수반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며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으로) 법정관리, 워크아웃, 기업분할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 구상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손실분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노동조합에도 분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털어낸 후 M&A(인수합병)을 추진해 새 주인을 찾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 위원장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을 모두 내놓은 셈이다.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이 외국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을 앞둔 지난해 4월에도 “5월 중순까지 협상이 안 되면 법정관리 밖에 방법이 없다”며 강하게 몰아쳤다.
 
하지만 막상 같은 해 5월 중순에도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자 “물리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겠다”며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현대상선은 결국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에 성공했다.
 
80%대에 이르던 자본잠식에서 벗어한 현대상선은 이달 초 관리종목에서도 벗어났다. 세계 최대 해운 동맹인 2M과 전략적 협력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물론, 신용등급도 기존 ‘D’에서 ‘BB’등급으로 높아지는 등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 위원장의 능수능란한 협상 전략이 빛을 발한 것이다.
 
하지만 임 위원장의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으름장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또, 지난해 11월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 이행률은 29%로 삼성중공업(40%)나 현대중공업(56%)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때문에 다시 혈세를 투입하는 것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난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도 시 57조원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금융위와 KDB산업은행의 분석 역시 정치권에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혈세를 지원하기 위한 ‘협박용’이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설령 자료가 잘못됐더라도 명백하게 드러난 금융기관의 여신과 선수환급보증(RG) 등을 계산해보면 그 차이가 1조~2조원 정도 밖에 차이가 안날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 파산으로 인한 손실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 위원장의 법정관리 등 거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을 방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선수금반환요청(RG콜)이 쏟아지면서 수출입은행이 7조원가량의 돈을 당장 토해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1조3,500억원 회사채를 물어주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파산이 갖는 엄청난 후폭풍을 생각하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당국은 겉으로나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동훈 금융위 기업구조개선과장은 “채무 재조정이 되지 않았는데 추가 자금을 투입하면 회사가 살아나기 어렵고 전형적인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다”며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채무 재조정이 안 되면 법정관리로 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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