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 여인 앞에서 책보는 남자가 있겠어요?"
"나체 여인 앞에서 책보는 남자가 있겠어요?"
  • 한국스포츠경제
  • 승인 2015.08.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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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 . 마켓 <115회> 글·김지훈

준은 분수대 가장자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주변에 있는 수풀에서 간간히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그가 분수대 안쪽 벽에 달라붙은 개구리를 찾아낸 순간, 마킷이 나타났다. 그는 인사를 생략한 채, 조각을 가리켰다.

“책 읽는 남자는 없군? 조각자가 남성 혐오주의자였을까?”

“......... 나체의 여자 앞에서 책 보는 남자가 몇이나 있겠어요? 게이라면 모를까? 그리고 남자가 있었다면....... 여자가 옷을 벗고 책을 읽지도 않았겠죠.”

준은 유치한 문제를 대하듯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렇군? 그런데 왜 천사가 나팔을 부는 거지? 독서에 방해되잖아?”

“아기천사들이 나팔을 불며 노는 것처럼, 독서도 즐거운 놀이라는 사실을 표현한 게 아닐까요?”

준은 조금은 진지하게 대답했는데, 그는 사물이 가진 모순과 상황이 가진 부조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걸 즐겼다. 마킷의 질문은 준이 좋아하는 모호성을 품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좋은 해석이군.” 마킷은 잠시 뜸을 들인 후, 아주 분명하게 말했다. “민을 멀리하게. 그녀는 너를 죽일 거야.”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준은 왼쪽 눈을 치켜떴다.

“사람의 행동은 예측 가능하지. 특히 템의 경우에는 더욱 더 그래. 민이라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교묘한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어. 너에게 사랑을 증명하라며 많은 것을 요구할 거야. 너를 지치게 하고, 마지막에는 자살을 요구하겠지. 그녀에게 끌려 다니지마.”

마킷의 말투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준은 대답 없이......... 어쩌면 달아나듯이......... 분수대로 다가갔다. 분수대 주변에는 블루스타 향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어서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는 정글 속을 헤쳐 나가듯 몸을 비틀며 향나무 사이를 지나, 팔굽혀 펴기를 하듯이 납작하게 엎드렸다. 그리고 팔을 뻗어 무언가를 잡았다.

“그게 뭐지?”

준은 대답 대신 손을 펴 보였다. 청개구리는 팔짝 뛰어 마킷의 어깨로 옮겨 붙었다. 마킷은 자신의 어깨에서 헐떡이는 청개구리를 자세히 봤다. 개구리는 울음주머니를 부풀러 소리를 낸 후, 수풀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마킷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곳의 분수대는 개구리들에게 모래지옥과 같아요.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죠. 개구리들은 수직으로 된 벽은 기어오를 수 있지만, 안쪽 벽을 가로 막고 있는 테두리는 넘지 못하거든요. 분수대 안에서 죽은 개구리들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빠져나오지 못해 죽은 거였어요. 이맘때에는 분수대에 자주 나와 개구리들을 건져주고 있죠....... 아까 개구리가 수컷이었나봐요. 많이 놀라셨죠?”

“조금, 그런데 분수대에 개구리가 빠져죽을 수도 있나?”

“개구리는 땅 위에서 사냥을 해요. 물이 가득 찬 분수대에는 개구리들이 먹이 사냥을 할 만한 공간이 없죠. 벽에 달라붙어 있는 게 고작이고........ 굶주림에 지치고 햇빛에 시달리다가 결국엔 죽어요........ 분수대 안쪽은 개구리들에겐 힘든 환경이에요.”

“그렇군. 너라면 저 개구리를 발로 밟을 수 있을까?”

마킷은 손가락으로 수풀 사이에 있는 개구리를 가리켰다.

“그런 짓은 못해요.”

“하지만 민은 할 수 있어. 그녀에겐 너와 개구리가 크게 다르지도 않아.”

* * *

그녀는 발표 자료를 다시 검토했다.

일 년 전, 사립 초등학교에서 결핵이 나돌았다.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었기에 충격이 컸고 음모론까지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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