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금융당국의 대우조선 추가 지원 압박에 따른 시중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정이하 등급으로 분류되는 대우조선에 추가 지원을 하면 충당금 적립률이 높아져 자산 건전성이나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조6,592억원이다. 농협은행이 8,884억원으로 가장 많고 KEB하나은행 7,144억원, 국민은행 5,12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098억원, 2,337억원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분류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면 은행들은 여신 건전성을 현재 ‘요주의’에서 ‘고정이하여신’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따라 대출에 대한 자산 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하는데, 한 단계만 낮춰도 대우조선의 여신은 부실채권에 해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출자산의 7~19%를 충당금으로 쌓았던 은행들은 충당금을 20% 이상 쌓아야 한다. 우리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50% 이상이지만 타 시중은행의 경우 낮게는 5%에서 10% 안팎에 그친다.

정부가 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 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여신과 관련해 신규 자금 지원은 못한다는 조건으로 출자전환에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여신 담당 부행장을 불러 대우조선의 추가 지원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시중은행에 기존 여신 5,8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4,000억원을 신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조원에 달하는 대우조선 신규 지원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 시중은행의 동참을 최대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우해양조선 추가 지원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채무 재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임 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과 관련해 “(채무 재조정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자율적 합의가 없다면 법적인 강제력이 수반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자 은행권의 고심은 깊어지고 부담은 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고통에 동참해달라고는 하지만 은행도 수익성을 생각해야 하는데 (대우조선해양이) 언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B은행 관계자도 “회생능력이 떨어지는 곳에 지원을 하라는 것이 사실 부담스럽다”며 “익스포저 규모가 꽤 돼서 당장 많은 손실이 잡힐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의 파급효과가 조선 산업을 넘어 금융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C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조선해운업에 전체에 대해 자금경색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최악의 결론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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