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환 9단. <사진=연합뉴스>

한국 바둑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일본판 알파고'라 불리는 바둑 인공지능(AI) 딥젠고를 불계로 제압했다.

박정환 9단은 22일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 2국에서 딥젠고에 34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올해 창설된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인공지능이 참가하는 최초의 정식 대회다. 한중일 정상의 기사와 딥젠고가 우승자를 가린다.

딥젠고는 지난해 11월 조치훈 9단과 3번기를 벌여 1승 2패로 선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박정환 9단은 대국 초반 딥젠고의 '인공지능다운' 의외의 수에 고전했다. 대국 초반은 딥젠고가 하변에 큼직한 백 모양을 구축해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정환은 하변에 깊숙하게 뛰어들어 타개에 성공,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바둑TV에서 해설자로 나선 이세돌 9단은 딥젠고의 특이한 수에 차분히 대응하는 박정환 9단에게 "왜 40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칭찬했다.

팽팽하던 형세는 종반으로 접어들며 박정환쪽으로 기울었다.  딥젠고가 끝내기 단계에서 실수를 연발한 것이다.

안성준 9단은 "딥젠고가 끝내기에 들어서면서 이해할 수 없는 수들을 보이며 자멸했다. 박정환 9단은 딥젠고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역전에 성공했다"고 총평했다.

딥젠고는 전날 중국의 미위팅 9단과 대국에서도 끝내기 실수로 역전패했다.

박정환 9단은 지난 2월 국내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딥젠고에 3승 1패로 승리했다. 이날 정식 대국에서도 승리하면서 딥젠고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박정환 9단은 전날 첫 대국에서 일본 바둑랭킹 1위 이야마 유타 9단에게 20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딥젠고에 승리하면서 박정환 9단은 대회 2승째를 챙겼다.

딥젠고는 전날 중국랭킹 2위 미위팅 9단에게 283수 만에 백 불계패를 당했다.

딥젠고는 미위팅 9단과의 대국에서도 초중반에 강했으나 후반에 약한 모습을 보여 승리를 내줬다.

박정환 9단은 23일 미위팅 9단을 상대로 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이 대회는 참가자 전원이 한 차례씩 대국한 뒤 가장 많이 승리한 기사를 우승자로 정하는 풀 리그전 방식으로 열린다.

동률이 나오면 24일 플레이오프를 벌여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초읽기 1분 5회씩이며, 우승상금은 3천만 엔, 준우승 상금은 1천만 엔이다. 3위와 4위는 500만 엔의 상금을 받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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