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차 이름이 아닌 새로운 세그먼트로 불리웠으면 한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크로스컨트리를 출시하면서 밝힌 목표다.

당시에는 허풍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직접 타보고 분명히 느꼈다. 세단도, SUV도, 그렇다고 왜건도 아닌 크로스컨트리를.

▲ 볼보 크로스컨트리는 특히 여행용으로 잘 어울리는 차다.

160km를 달렸다. 스티어링 휠을 쉼없이 쥐어짜야 하는 굽이진 산길에서 인적 드문 고속도로, 가벼운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코스였다.

▲ 계기반에 내비게이션도 띄울 수 있다. HUD까지 달려 있으니 시선을 뺏길 일도 없다. 가족을 위한 안전운전도 문제 없다. 

크로스컨트리의 특별함은 운전석에 올라타면서부터 느낄 수 있다. 문을 열면서는 세단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데 앉으니 소형 SUV 정도로 높다. 지면에서 차량 바닥까지 높이가 210mm나 된다. 커다란 사이드 미러도 크로스컨트리를 SUV로 착각할 수 있는 요소다.

▲ 지상고가 높지만 SUV 만큼은 아니다. 착좌감은 세단에 가깝다. 광활한 실내 공간은 덤.

출발과 동시에 과속방지턱을 만났다. 조금 과장하면 느낌도 안온다. SUV를 처음 탔을 때 감동이다.

그렇다고 세단의 안락함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운전석이 크게 높지는 않아서 포근한 착좌감을 느낄 수 있다. 기어봉이나 센터페시아 위치도 세단과 똑같은 느낌이다. 프로 트림에는 안마기능까지 있다.

▲ 운전석 왼쪽 옆에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이런 메뉴가 팝업된다. 안마의자를 대체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데로 쓸만하다. 

주행 성능도 영락없는 세단이다. SUV에서 쓸법한 디젤 4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쓰기는 한다. 그런데 시동을 켜보면 가솔린 엔진과 다르지 않다. 정차 중 진동도 거의 없다. 최대토크가 49kg‧m으로 엄청나다보니 1,945kg에 달하는 공차중량을 손쉽게 밀고 다닌다.

고속 능력은 특히나 세단을 닮았다. 적당히 가속 페달을 밟고 있으면 알아서 180km/h 가까운 속도를 낸다. 디젤엔진인데도 최고출력을 235hp까지 낼 수 있다. 왠만한 고성능 차에나 장착되는 트윈터보가 달려있는 덕분이다.

▲ 스티어링 휠은 약간 작은 느낌이다. 왼쪽 버튼은 첨단주행보조시스템(ACC)나 반자율주행 기능을, 오른쪽버튼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터보랙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것이 여간 신기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가속 페달을 밟은지 ‘0.1초 만에’ 반응한다. 엔진 옆에 파워펄스를 장착해 압축된 공기를 흡기 매니폴드로 보내는 새로운 기술이 터보랙을 최소화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자동변속 능력이다. 가능한 낮은 RPM을 유지하면서 힘이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밀어준다. 최대토크구간이 2,000전후로 낮은 것이 이런 변속 능력을 최적화해준다. 변속 충격도 작다. 패들쉬프트의 부재와 가벼운 기어봉의 아쉬움도 적다.

▲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라서 처음 다루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정 모르겠으면 하단 길쭉한 - 버튼을 누르면 된다.

조향 능력도 영락없는 세단이다. 전고가 1,545mm. 높은 만큼 흔들리기 쉽다. 그런데 크로스컨트리는 그렇지 않다. 꼬불꼬불 산길을 적지 않은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작은 그립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좌우 바퀴 거리를 앞뒤 각각 1,652mm, 1,643mm까지 넓혀놓은 까닭이다. 휠 사이즈도 일반 모델이 18인치, 프로 모델이 19인치다.

오프로드도 세단처럼 달릴 수 있다. 오프로드 모드는 시속 40km 미만에서 작동한다. 확실히 강력하고 재빠르게 토크가 뿜어져 나온다. 아쉬운 점이라면 워낙 잘 나가다보니 너무 빨리 달려서 오프로드 모드가 풀린 것 뿐이다.

▲ 산길까지는 아니지만 울퉁불퉁한 길을 빠른 속도로 달려도 불쾌하지 않을만큼 주행성능도 좋고 서스펜션 세팅도 적절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S90 못지 않다. 센터페시아 버튼은 오디오 기능에 한정해 최소화했다. 대신 터치형 디스플레이가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프로에는 바워스 앤 윌킨스가 만든 스피커 19개가 달린다. 넓은 실내 공간을 활용한 진짜 공간감이 귓가를 포근하게 해준다.

볼보의 플래그십 라인업인데 안전 사양이야 굳이 말할 필요가 있으랴. 시승하는 동안 기능을 확인하면서도 두렵지 않았다. 볼보는 트림에 상관없이 최고 수준 안전 사양을 제공한다.  

▲ 프로트림에 장착된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 스피커가 19개나 되는데다가 넓은 실내 공간을 이용해 공간감도 극대화했다. 
▲ 사운드시스템은 취향에 따라 마음껏 조정할 수 있게 되어있다. 

떠나고 싶어지는 차다. 스웨디시 라이프 스타일러가 바로 크로스컨트리의 별명. 여름휴가가 5주에 달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반영해서란다. 

차에 타보면 안다. 강력하면서도 안락하다. 어느새 따뜻한 바람이 부는 요즘.  얼마 남지 않은 여름 휴가 준비 1번 품목이다. 

▲ 차를 타고 달리는 느낌이 싫다면 썬루프를 열면 된다. 하늘을 품에 안을 수 있다. 

가격은 트림별로 6,990만원과 7,690만원이다. 세그먼트가 세단과 SUV 사이여서인지 S90과 XC90의 중간이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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