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 중 하나인 관광 전면금지로 면세점 업계가 심각한 치명타를 입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피해가 극심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15일부터 중국이 사드 보복으로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리면서 전국 주요 관광지의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북적이던 명동거리엔 일명 '깃발부대'가 사라졌고, 우려했던 피해는 가시화됐다.

▲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에 대한 보복이 15일부터 한국 관광 금지로 전면 확대됐다. 위 사진은 지난해 4월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입국장. 아래는 15일 한산한 모습의 같은 입국장. /연합뉴스

이달 1~19일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대비 21.9% 급감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크게 의존하던 국내 면세점들의 주말 성적표는 암울했다.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지난 18~19일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은 전년 동기간 대비 25%의 매출 감소를 보였으며, 갤러리아63면세점의 지난 15일 이후 매출은 15일 이전의 3월 일평균 매출 보다 20~30% 가량 줄어들었다.

HDC신라면세점의 매출은 바로 전주에 비해 30%가,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지난달 대비 35%의 매출이 줄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큰 상황이라 피해 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외국인 관광객의 다변화 등 최선을 다해 피해를 최소화하겠지만, 당장의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일본 관광객 유치는 장기적인 대응법이기 때문에 당장 3, 4, 5월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중 사드 갈등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 때처럼 3~4개월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대다수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올해 말까지 피해 여파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 속 가장 속 타는 곳은 인천공항 내에서 영업을 하는 면세사업자들이다. 인천공한 면세점은 매출의 약 40% 정도가 임차료로 나가기 때문에 기업들의 부담이 상당하다.

하지만 세계 1위 공항 입점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부담을 안고 운영되고 있다. 높은 임대료 탓에 대다수 인천공항 면세점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임대료로 지불한 금액은 4500억 원 정도다. 지난 한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매출(1조1455억 원)의 39.4%에 달한다.

이외에도 신라면세점은 2600억 원, 신세계면세점은 740억 원, SM은 23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은 37% 가량 된다.

최근 공항을 찾아야 할 ‘큰손’ 중국인관광객들이 사라지면서 인천공항 면세점 피해는 막대하다. 공항 이용자수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 매출 감소 폭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달 들어 인천공항 출국자 수가 6~7만 명대로 30% 가량 줄었는데,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50%가 떨어졌다.

이에 면세점들은 한 목소리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한시적으로 임차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측은 중국의 한국여행 전면 금지조치가 시작된 지 1주 밖에 안됐기 때문에 바로 임대료를 인하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소 몇 달 간 방한 유커 수 추이를 지켜 본 뒤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관광객 수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금한령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며 “3, 4월 면세점 매출은 반토막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 된다”고 전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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