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말 많고 탈 많던 카드슈랑스(카드사가 보험사로부터 연계 받아 판매하는 상품)가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불완전 판매가 고개를 들었다. 카드사와 보험사가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를 방관한다는 지적이 인다.

▲ 23일 카드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카드슈랑스 보험판매 비중 규제가 3년 더 연장됐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3일 카드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카드슈랑스 보험판매 비중 규제가 3년 더 연장되면서 카드업계가 막판 카드슈랑스 판촉에 나섰다.

카드슈랑스는 2005년 3,700억원에서 2010년 1조원을 넘긴 뒤 2013년에는 1조6,630억원까지 확대됐다.

규모가 불어나면서 부작용도 늘었다. 보험사 10곳은 카드슈랑스 불완전 판매로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2011년 7월부터 2013년 3월 사이 계약을 맺은 9만6,7530건의 보험소비자들에게 614억원 규모의 보험금을 돌려주라는 결정이 나왔다.

이때 카드슈랑스 보험판매 비중 규제가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카드슈랑스 보험판매 규제는 카드사들이 모집하는 연간 보험상품 판매액 중 1개 보험사의 비중이 25%를 넘기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카드사와 연계한 보험판매인 카드슈랑스는 계열사끼리의 비율이 높았다. A금융지주의 A카드사가 A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끼워 파는 식이었다. 규제를 예고한 이후 대형보험사들은 하나 둘 카드슈랑스 규모를 줄여갔다.

최근에는 중소보험사들이 주로 활발히 이용해왔다. 중소보험사들은 대형보험사들이 빠지고 규제는 아직 시행되지 않은 지금을 판촉 적기로 보고 맹공격 중이다.

대형보험사를 겨냥했던 규제가 시장의 변화 탓에 중소보험사로 향하자, 금융당국은 2017년으로 예정됐던 규제 시행시기를 2019년까지 미뤄줬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으로 카드슈랑스 규제를 추가 유예하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문제는 카드슈랑스와 불완전판매가 같이 불어나는 데 있다.

카드슈랑스는 그간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전화영업(TM)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불만이 높았다. 상담사가 계약 내용을 대강 설명하며 답변을 유도하거나, 계약 내용을 전부 설명하더라도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전달해 불완전판매를 살짝 피해간다는 지적이 인다.

카드 상담사는 카드 판매가 본래의 업종이므로 판매하는 보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권유할 우려가 있다. 리베이트를 노리고 가입자를 늘리는 것도 규제 대상이다.

또 사망보험을 적립식 저축상품으로 속여 팔거나 비과세 등 유리한 부분만 강조해 설명하는 등의 관행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화상담원들이 우수고객에게만 판매하는 상품이라고 홍보하며 보험상품을 권유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불완전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는 카드사와 보험사간 책임 떠넘기기와 카드사 텔레마케터들의 불안정한 고용 상태가 꼽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상담사들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판매 건수가 워낙 많아 모든 내용을 청취하거나 계도하지는 못한다는 반응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의 인증을 받은 ‘표준상품설명대본’을 배포했다고 항변했다. 카드사가 개별적인 대응 대본을 마련해 판매하는 것까지 알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와 보험사가 서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카드슈랑스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것. 텔레마케터들은 관리 미비 아래 실적 채우기에 급급하는 중이다.

텔레마케터의 대다수는 기본급이 없거나 아주 적고, 카드와 연계상품을 판매한 만큼 인센티브를 얻어 생활한다. 자연히 판매의 질을 높이기보다 양을 늘리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다.

카드사와 보험사는 판매채널 관리소홀로 각각 벌금형과 상품 리콜의 징계를 받았던 만큼 판매채널을 직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두 업권이 책임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사이 소비자의 불완전판매 피해는 늘어가고 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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