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마케팅 방향이 바뀌고 있어요. 기존 고객을 붙잡고 새 고객을 유치하는데 은행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안거죠. 그 중 하나가 이종산업과의 협업이에요.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겁니다. 포화상태인 개인고객 시장에서 인기 모바일 유통업체와의 제휴는 신규고객을 유치하는데 효과가 큽니다. 때문에 상품 출시 경향도 이쪽으로 흘러가고 있고요.” (A은행 관계자)

우대금리는 기본, 할인권에 항공사 마일리지까지 제공하는 은행의 이종결합 상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은행이 손을 내미는 제휴업체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 (왼쪽) 우리은행 '위비 꿀청춘 패키지', 신한은행 '애니마켓 서비스'. 사진=각 사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출시된 우리은행의 ‘더 강한 예·적금’은 오픈마켓 11번가 모바일 앱을 통해 가입하면 지점에서 가입할 때보다 최고 0.7%포인트 높은 연 3% 금리를 줬는데, 나온지 10일 만에 완판됐다.

지난달 17일 출시된 ‘위비 꿀청춘 패키지’의 경우 신규고객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학생 고객에 특화된 이 상품은 ‘위비 꿀청춘 통장’과 ‘위비 꿀청춘 체크카드’로 출시됐다. 통장은 인쿠르트·YBM어학원·문정아중국어·하나투어 등 다수의 제휴처를 확보해 강의 무료 수강권이나 해외여행 할인권 등 총 27만원 상당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체크카드는 토익응시료·휴대전화요금·CU편의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22일 기준 가입자는 3만3,000명으로, 이중 무려 2만4,000명이 신규고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래 수익원인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은행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존 입출식통장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휴로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혜택을 담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통신사 LG유플러스와 손을 잡고 ‘KB U+ONE통장’을 출시했는데, 반년 만에 2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KB U+ONE통장에서 LG유플러스 통신요금 납부 시 LTE 데이터, 수수료면제, IPTV VOD 이용권 등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LG유플러스 휴대전화 요금 납부실적이 있는 경우 고객이 가입한 요금제별로 매월 데이터를 제공한다.

아시아나항공과 제휴해 내놓은 ‘KB아시아나ONE통장’은 거래실적에 따라 항공 마일리지가 쌓인다. 매달 평균 잔액의 50만원당 4마일리지가 적립되며 월 3,000마일리지까지 적립 가능하다. 잔액이 많은 만큼 더 많은 마일리지를 가져갈 수 있어 계좌당 평균 잔액이 760만원에 달한다. 지난 2월 기준 1만3,000좌가 유치됐다.

신한은행은 아예 대표 금융상품에 고객들이 선호하는 비금융 서비스를 접목한 이종산업 제휴 플랫폼 ‘애니마켓 서비스’를 만들었다. 신한은행의 첫 제휴처는 G마켓으로, 신한은행의 6가지 적금 중 하나에 가입하면 G마켓 할인쿠폰을 줬다. 지난 2월에는 SM면세점과도 손을 잡았다.

제휴처 선정 당시, 신한은행이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고객평가단에게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제휴업종을 물어 오픈마켓과 면세점 서비스를 포함한 결합상품을 선보인 결과, 출시한지 3개월 만에 적금 가입자수가 직전 동기보다 10% 넘게 늘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하루에 300~400명 정도가 이 애니마켓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종업계와 손잡고 제휴상품을 늘려나가는 것은 실질금리가 ‘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떨어진 금리의 매력을 다른 부가 서비스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워낙 낮으니 더 이상 금리만으로는 고객을 유인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B은행 관계자는 “너도 나도 이종업계에 손을 뻗다보니,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해 선호하는 제휴 서비스를 신속하게 적용하는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C은행 관계자도 “이종업계와의 협업이 신규고객을 끌어온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은행들이 이용자가 많고 젊은층의 비중이 높은 업체로 영업전략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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