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투자자가 손실을 분담하는 ‘자율적 구조조정’을 택하면서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물론,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하게됐다.
 
23일 금융당국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약 1조5,000억원어치, 시중은행의 무담보채권 7,000억원,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무담보채권 약 1조6,000억원에 대한 채무 재조정을 전제로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채권자 보유 사채(CP 포함)의 50%는 주식으로 바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연장해 3년간 거치기간을 둔 뒤 3년간 분할상환하라는 방안이다. 만기 연장분에 대한 금리는 3% 이내로 조정된다.
 
당국은 4월 14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이 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합의가 무산될 경우 강력한 채무 재조정 이후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하는 P플랜(Pre-packaged plan)을 신청한다는 압박책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현재 만기가 남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7,000억원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도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 사진=대우조선해양

국민연금은 4,000억원가량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보유 중이다.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면 1,900억원은 출자전환돼 주식으로 바뀌고 남은 1,900억원은 3년간 만기 연장과 함께 3년간 분할상환받게 된다. 3,000억원 정도를 대우조선 회사채에 투자한 우정사업본부 역시 마찬가지다.
 
만일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출자전환해 주식을 받게 된다고 해도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상황에 따라 주가가 떨어진다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아직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고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달 내 투자자산 중 부실이 발생할 경우 처리 여부를 심의하는 투자관리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과 관련한 내용을 심의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연금 결정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한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어, 무작정 손해를 감수하고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지 않아 대우조선이 P플랜이나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원금회수율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신규 자금 지원 2조9,000억원이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100%), 시중은행(80%) 등의 무담보채권 차등 출자전환이 날아가버려 회사채 원금 회수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아직은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는 게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회사채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 역시 손실을 피할 수 없게됐다. 당장 상장된 대우조선 회사채 가격은 남은 만기와 상관없이 20%가량 동반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안인근 한국거래소 일반채권시장팀장은 “이미 대우조선 회사채는 가격이 8,000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돼 있다”며 “23일 장에서 15%이상 하락해 내일 거래가 정지된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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