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 두 차는 많이 닮았다. 섀시와 엔진, 변속기 등 부품 대부분을 공유한다.
그렇다고 두 차를 쌍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개성이 뚜렷하다. 그랜저가 젊어지면서 중형차 시장을 공략하는 사이, 공백이 드러난 ‘중후한 준대형 세단’ 시장에는 K7이 파고들었다.
판매량을 보면 두 차가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랜저는 출시 후 매달 1만대 전후 판매되면서 내수차 시장을 휩쓸고 있다. 그런데도 같은 준대형 세단인 K7은 그랜저 출시 전 수준인 판매량 4,000대 전후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랜저와 K7의 가장 큰 차이는 외관이다. K7은 1세대와 페이스리프트, 2세대로 거듭나면서도 기아차 중 가장 중후한 디자인을 이어왔다. 반면 그랜저는 작년 6세대가 나오면서 완전히 젊은 얼굴로 탈바꿈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 그랜저가 공략하는 소비자 연령층은 30~40대다.
실내 디자인에서도 이런 느낌은 이어진다. 이번 그랜저는 실내 인테리어에서 젊은 감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비대칭형 디자인에 돌출형 내비게이션이 감각적인 느낌을 극대화한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게했다는 센터페시아와 공조 장치도 감각적이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까지도 스포티함을 잘 살렸다.
이와 달리 K7 실내는 누가 봐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전형적인 디자인의 대시보드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센터페시아가 눈에 확 들어온다. 기어봉도 손바닥 전체로 감싸쥘 수 있는 T자형으로 만들어서 차분하다. 군더더기 없이 디자인한 스티어링 휠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는 크기에서 약간의 차이를 가져왔다. 그랜저가 4,930mm로 K7(4,970mm)보다 짧아진 것. 축거도 그랜저가 2,845mm로 K7(2,855mm)보다 약간 짧다. 아무래도 K7이 더 넓은 실내공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폭도 그랜저가 1,865mm로 K7(1,870mm)보다 좁다.
대신 그랜저가 파워트레인 다양성에서는 더 앞선다. 3.0ℓ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더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랜저는 람다Ⅱ 2.4 및 3.0리터 가솔린 엔진과 2.2리터 e-VGT 디젤 엔진 등 4개 모델로 출시됐다.
K7은 2.4리터, 3.3리터 가솔린 엔진과 2.2리터 디젤, LPI와 하이브리드 등 5개 엔진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최근 그랜저는 3.3 가솔린 모델인 ‘셀러브리티’ 트림까지 출시했다. 모델 개수에서 K7과 동률이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오는 30일 개막할 서울모터쇼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추가할 예정이다.
대신 두 모델이 주행 성능에서 약간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가 있다. 제원으로 보면 그랜저가 K7보다 미세하게 연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K7이 출력과 토크에서는 약간 앞선다. 그랜저에 효율성을 높인 개량 엔진을 탑재한 영향이다.
옵션은 두 모델이 거의 같다. 그랜저가 ‘현대 스마트 센스’를 도입하면서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ASCC),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 등 동급 최고 수준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ADAS)를 탑재한 후, K7도 2017년형에 드라이브와이즈로 이런 옵션을 도입했다. 카플레이나 무선충전 등도 마찬가지다. 가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어떤 모델이 더 비싸다고 하기는 어렵다.
오디오 옵션만은 확실히 다르다. K7이 크렐, 그랜저가 JBL이다. 가격은 115만원으로 동일하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크렐에 대한 평가가 높지만 JBL이 더 대중적이라고 알려져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