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디슨 리쉘/사진=한국배구연맹

[인천=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0점 이후 결정적인 순간에 마무리를 지어줄 선수가 없다고 토로하던 이정철(57) IBK기업은행 감독의 답답함을 매디슨 리쉘(24ㆍ미국)이 뚫어줬다. 극심한 체력 소모에 연일 ‘링거(수액) 투혼’을 발휘한 리쉘을 앞세워 기업은행이 반격의 서막을 열었다.

리쉘은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33득점(공격 성공률 52.54%)을 몰아쳤다. 점수의 질도 좋았다. 세트 분수령에서 꼬박꼬박 터지는 리쉘의 활약에 힘입어 기업은행은 세트 스코어 3-1(16-25 34-32 25-23 25-23)로 이겼다.

경기 전 만난 이 감독은 “국내에서 8개월째인 리쉘이 지칠 만하다“면서도 ”주 공격수가 결정할 수 있는 타이밍이 10점대보다는 20점대 이상에서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간발의 차로 놓친 1차전에 대한 아쉬움이다. 2차전에서는 그 역할을 리쉘이 해줬다. 박정아(24ㆍ기업은행)도 고비마다 점수(26득점)를 더했다.

지난 2경기 사이의 휴식 일에 예외 없이 링거(수액)를 맞았다는 리쉘은 “피곤하다. 그렇지만 모든 선수가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팀이 빨리 회복하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팀 전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잘 싸운 하루였다. 첫 세트 때 어깨 통증이 있었지만 그 이후 견뎌내니까 괜찮아진 것 같다. 점수를 내는 데만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리쉘뿐이 아니다. 1차전이 끝나고 하루 휴식 기간 동안 선수들 대부분이 링거를 맞고 쉬었다고 할 만큼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강인한 정신력만으로 이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박정아는 ”1세트 경기력이 너무 창피했다. 모두가 창피하지 않게 하나하나 따라가자는 마음으로 하나 보니 뒤집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 2016-2017 프로배구 포스트시즌 일정

이로써 기업은행은 5전 3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을 원점(1승 1패)으로 돌렸다. 천신만고 끝에 2차전을 따낸 기업은행은 이제 홈으로 돌아가 다섯 시즌 연속 챔프전에서의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흥국생명은 최근 6번의 챔프전 동안 1차전 승리 팀이 2차전에서 패할 확률 50%를 넘지 못했다. 안방에서 2008~2009시즌 이후 8년만의 챔프전 우승이자 2007년 이후 10년만의 통합 우승에 바짝 다가서겠다던 계획은 일단 미뤄졌다. 18득점에 그친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26ㆍ흥국생명)의 부진이 컸다.

이날 구장은 약 2시간 전부터 관중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핑크빛의 흥국생명 팬들은 시작 직전 일제히 휴대폰 불빛을 꺼내드는 이색적인 응원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1세트는 서브 리시브가 흔들려 경기 진행이 원활치 않은 기업은행을 상대로 흥국생명이 손쉽게 가져갔다. 2세트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낸 기업은행이 따냈다. 블로킹과 서브가 살아나며 34점까지 가는 듀스 접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2세트 후반부터 살아난 리쉘의 공격 성공률은 61.54%에 달했다. 기세가 오른 기업은행은 리쉘의 거듭된 맹공(9득점)으로 저항을 뿌리치고 3,4세트를 연속으로 따냈다.

1승 1패로 흥국생명의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무력화시킨 기업은행은 안방으로 돌아간다. 양 팀 간 3차전은 장소를 화성 실내체육관으로 옮겨 오는 28일 재개된다.

인천=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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