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좋아지면서 보험료 인하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손보업계는 2월 손해율 개선이 날씨 덕분에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라 당장 보험료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목전에 다가온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확정 탓에 그간 위험성 관리에 전력투구했음에도 보험료 인하로 인해 손해율 관리가 허사가 될 거라는 반응도 나온다.

▲ 27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전년 동기대비 8.3%p 호전됐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7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전년 동기대비 8.3%p 줄었다. 차보험의 손해율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낮을수록 손보업계의 수익이 올라간다.

메리츠화재(-14.6%p), 악사(AXA)손해보험(-14.5%p), MG손해보험(-13.1%p)이 크게 호전됐다. 대형 3사로 꼽히는 삼성화재(-3.7%p), 현대해상(-5.9%p), 동부화재(-7.5%p)도 손해율이 좋아졌다.

적정손해율인 77~78%를 하회한 보험사들도 많았다. 동부화재(73.9%), 메리츠화재(74.3%), 삼성화재(75.3%), KB손해보험(76.4%), 한화손해보험(76.7%), 악사손보(77.5%), 현대해상(77.9%) 모두 적정손해율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

손보사들은 2월 손해율이 호전된 이유를 찾고 있다. 손해율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마일리지 확대나 보험료 인하 카드가 가능해서다.

2월 손해율이 좋아진 이유로는 날씨가 전년 동기 대비 따뜻해져 폭설이 줄었고, 덕분에 사고 위험성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서서히 날씨가 풀리면서 나들이 적기가 다가오면 차량 운행비율이 높아져 사고율도 상승할 수 있다. 업계는 특히 5월 황금연휴 주간을 위험주간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시즌이나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봄 나들이철, 여름 휴가철 등 사고율이 올라갈 시기를 앞뒀는데 올해는 5월 황금연휴도 겹치면서 손해율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급여력비율(RBC)도 보험료 인하를 붙드는 요소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5월 IFRS17 기준이 변경되면서 보험사들이 시행시기인 2021년 1월까지 RBC 방어벽을 지켜야 한다.

▲ 보험업계는 지급여력비율(RBC) 기준 때문에 보험료 인하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보험사들은 그동안 IFRS17 연착륙을 위해 후순위채권발행,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체급을 불려왔다. 금융당국이 그간 권고해온 RBC 15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손보사들은 손해율 보전으로 보험료를 내리면 손해율이 다시 상승해 RBC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반응이다.

보험료를 적정수준 손볼 수는 있지만 그보다 혜택 확충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대부분 RBC가 200%를 넘기 때문에 보험료 인하나 마일리지 혜택의 여력은 있을 것”이라며 “보험료는 내리면 고객 호응도 좋지만 올렸을 때 반감도 심하다. 마일리지 확대가 우량고객 유치와 위험성 관리 면에서 두루 낫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소형 보험사 중 2곳이 자동차보험료를 0.8%(메리츠화재), 2.1%(더케이손보) 가량 인하할 방침이다. 반면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 등은 마일리지 특약 혜택을 키웠다.

한편 표준약관 변경으로 손해율이 개선됐지만, 대인배상보험금 약관이 바뀌면서 보험료를 인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고 수리비 현실화와 렌트비 지급 변경 등을 담은 표준약관 변경을 보험료 인하의 근거로 드는 목소리가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표준약관이 바뀌면서 과도하게 지급됐던 보험료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인배상보험금 약관이 바뀌면서 보험사가 미리 쌓아둬야 하는 예상 지급금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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