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이선율]국내 가전업계 최대 라이벌관계인 삼성과 LG가 사상 처음으로 TV용 LCD 패널 부분에서 협업관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LCD 수급 차질을 빚던 상황에 LG디스플레이가 패널 공급에 대해 긍정적인 승낙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패널 공급을 계기로 TV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 2위를 다투던 관계에서 서로 공생하는 관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 LCD 공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26일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 약 70만장을 공급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일본 샤프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을 예정이었으나 대만의 홍하이 정밀공업이 샤프를 인수한 이후인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공급 중단을 통보받으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해 샤프가 삼성전자에 공급했던 LCD 패널 물량은 전체 연간 LCD 패널 수요량의 10%가량인 500만대 정도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샤프의 연간 패널 생산량은 1000만대 규모로 샤프 생산량에서 삼성 조달 물량이 절반 가까이 된다.

샤프가 최대 수요처였던 삼성전자를 갑작스럽게 포기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샤프는 이와 관련한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모회사인 홍하이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샤프가 LCD TV 자체 브랜드 '아쿠오스'를 2018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1000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9월 홍하이그룹은 샤프 인수를 시작으로 LCD 부품 패널부터 TV 완제품까지 일관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의 행보와 관련해 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업계의 시각이 많다.

홍하이그룹 궈타이밍 회장은 이전에도 “샤프와 협력해 삼성을 이기겠다”며 LCD TV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일본 샤프를 활용해 TV 제조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공급에 차질이 생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여러 패널 제조사에 추가 물량 공급을 요청했고 LG디스플레이는 공급 의사를 내비치며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을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공급 시기는 올해 이른 하반기부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간 협력관계는 지난 2013년부터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2012년 삼성과 LG는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관련 특허소송을 벌이다 이듬해 9월 양측 대표가 만나 해당 소송을 마무리한 바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의의 경쟁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법적 분쟁이 마무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TV 사업을 놓고 오랜 기간 날 선 경쟁관계를 유지해오던 삼성과 LG가 손을 맞잡게 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반도체나 콘덴서 등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 형태의 부품 거래는 해왔으나 TV용 패널 공급 거래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특히 TV용 LCD 패널의 경우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이나 특성, 규격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공동개발을 하는 형태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양사의 향후 거래 관계가 지속될 것인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케파(생산능력)에 따라 일정 비율로 계약하고 있는 LG입장에서도 고객사를 확장하는 측면에서 이번 계약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 굴기 등 글로벌 업체들의 물량 공세가 더욱 심해지는 시기에 적절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로 보인다. 양사의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고, 강점은 더욱 살리는 형태로 협력관계를 유지해나간다면 폭발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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