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9개 팀 감독들이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하고자 의기투합했다.

 각 팀 사령탑들은 23일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팬페스트 행사에서 삼성을 공공의 적으로 지목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 염경엽 넥센 감독, 이종운 롯데 감독과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삼성은 잡아야 되지 않겠나’라는 얘기를 했다”면서 “류중일 감독이 개인 통산 2,000승을 하기까지 한 번의 시련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감독들이 뭉친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 시즌 삼성에 밀려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승부에서 류중일 감독과 나의 차이로 인해 졌다”며 “한 번 (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에 올해 다시 한번 도전하는 기회를 만들겠다. 삼성의 5연패를 견제할 수 있는 시즌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과 함께 올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SK 역시 삼성을 정조준했다. 김용희 SK 감독은 “삼성은 모든 면에서 조화가 잘 이뤄진 팀이다. 쉽게 넘을 수 있는 산은 아니지만 큰 산을 넘으면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열심히 싸워 올라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형 감독은 “다른 팀들이 삼성을 견제해 힘이 빠질 때 우리가 치고 올라가겠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약체로 평가 받는 팀들의 사령탑 또한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시즌 초반을 잘 버티면 어느 팀이든지 우승할 수 있다. 한화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고, 이종운 롯데 감독은 “모든 팀들의 목표는 우승이다. 우리가 삼성의 대항마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수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두산 김현수는 “우리 때문에 삼성이 4연패를 했으니 올해는 우리가 5연패를 막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SK 주장 조동화는 “6년 연속 편하게 한국시리즈에 나갔던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면서 “삼성의 5년 연속 우승을 한 번 저지해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기태 KIA 감독과 조범현 kt 감독은 현실적인 답변을 했다. 김기태 감독은 “우리 팀은 솔직하게 부담스럽다”며 “지난해 KIA의 성적을 보니 삼성에 많이 졌다. 올해는 지난 시즌의 반만 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1군에 뛰어드는 조 감독은 “참 말씀 드리기 어렵다”면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넥센과 SK가 강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9개 팀들의 표적이 된 류중일 삼성 감독은 “왜 우리를 우승 후보로 꼽는지 모르겠다. 시범경기를 통해 보니까 만만한 팀이 없다. kt는 외국인 선수와 새로 온 선수들을 못 봐 평가하기 어렵지만 다들 전력이 괜찮은 것 같다. 굳이 강팀을 꼽자면 SK와 넥센”이라고 경계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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