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강예원은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로운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망가짐도 불사한다. 본래 캐릭터가 지닌 매력 그 이상을 표현할 줄 아는 재주도 지녔다. 그 재주는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만년알바인생’ 장영실 역을 맡아 거침없이 망가졌으며, 이 시대 취업준비생을 비롯 관객의 공감까지 자아내는 생활연기를 펼쳤다.

강예원은 장영실의 캐릭터를 직접 구상했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 알이 큰 동그란 안경, 굽이 없는 운동화까지 스타일까지 강예원의 손을 타지 않은 게 없다.

“장영실을 망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 눈엔 프랑스 여자처럼 예뻤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이 싫어하더라고요(웃음). 장영실의 스타일은 제가 구상했거든요. 영화에서 장영실이 낀 안경이 반 타원형인데요. 한국에서 찾다가 없어서 뉴욕까지 가서 빈티지숍을 다 뒤졌어요. 의상까지 직접 사왔어요. 여벌이 필요한 옷들은 영화사에 요청했고요. 사실 처음 감독님이 구상한 장영실의 콘셉트가 아니었죠. 제가 감독님을 설득시켜서 바꾼 거에요.”

하지만 ‘비정규직 특수요원’ 포스터의 강예원의 모습은 예쁘기 그지없다. 까만 생머리에 빨간 원피스를 입고 총을 들고 서 있다. 영화 속 장영실과는 상반된 비주얼이 눈에 띈다.

“영화사에서 포스터를 찍을 때는 파마를 풀라고 하더라고요. 남자 관객들이 엄청 싫어할 거라고요. 그래서 바로 풀었죠. 제가 우긴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요. 심지어 남궁민 오빠마저 ‘머리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거든요. 남자들은 늘 그런 식이에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 굉장한 반발심이 생겼어요. 하하.”

극중 장영실은 임무를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한다. 그 곳에서 만난 사장(남궁민)에게 호감을 느끼며 볼이 빨개지기도 한다.

“남궁민 오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솔직하고 맑은 성격이었어요. 특별출연이라 촬영장에 오래 있지 못해 아쉬웠죠. 조금만 더 버티라고 응원해 주고, 요즘 여배우가 없는데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셨어요. 다음에 꼭 다른 작품으로 만나자고 했는데 그런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러브라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녀의 설레는 만남을 표현해 낸 강예원. 함께 호흡을 맞춘 실제 ‘사랑꾼’인 한채아는 ‘비정규직 특수요원’ 언론시사회 당시 “차세찌와 열애 중”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강예원에게 공식석상에서 열애를 공개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으니 “그런 용기가 아직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채아 성격에 열애를 숨길 이유가 없죠.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발 뻗고 잠을 못 잘 애에요. 저 같으면 이렇게 인터뷰 때나 이야기를 하지 마이크를 들고서는 말 못할 것 같아요. 용기가 대단하죠. 원래 긴장하는 애가 아닌데 그날 마이크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생뚱 맞아 보일 수도 있지만 가만히 있는 게 능사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옆에서 거들었죠.”

실제로 절친인 강예원은 핑크빛 열애 중인 한채아에 대한 부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항상 얘기했어요. ‘넌 좋겠다. 다 가져서’라고요. 건강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예뻐 보이거든요. 모든 게 완성돼가는 느낌이랄까요? 채아가 홍보 활동이 끝나면 제 연애를 많이 도와주기로 약속했어요. 기대하고 있죠.”

강예원은 연애와 결혼에 대해 조급함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혼자인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조급한 마음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옆에서도 사랑을 하고 있으니 연애를 하고픈 마음이 안 들 수 없죠. 또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거든요.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긴 해요. 외로움을 잘 즐기다 보니까 그게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부모님을 생각해서 남들 하는 건 다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장영실과 달리 강예원은 오랜 시간을 두고 상대를 지켜보는 편이다. 그만큼 막상 연애를 시작하면 교제 기간이 길다고 했다. “연애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상대를 놓칠 때도 많아요. 사랑에는 감정적이지 않거든요. 굉장히 소심해지고 상처 받을 까봐 두려워해요. 사랑 때문에 주저앉는 게 제일 싫어요. 오랜 시간 지켜본 만큼 사귀면 다 오래 가는 편이에요. 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애초에 선을 긋고요.”

사랑에는 소심하지만 사회적 이슈나 문제에는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다. “나라가 정신을 차려서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여줬으면 좋겠다”며 강단 있게 말했다.

“비정규직은 항상 다음 계약을 위해 살아가잖아요. 이렇게 보장이 안 돼 있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어요. 또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노후보장도 제대로 안 돼 있잖아요. 그런 게 좀 못마땅하죠.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영향을 주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국민들이 안정된 삶을 살면 이 나라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강예원의 행보는 그야말로 ‘특수’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해 ‘날 보러 와요’로 반전 있는 섬뜩한 연기를 펼치더니,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는 모든 걸 내려놓은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뭔가 시작할 때 주저하진 않는 것 같아요.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구의 연인이나 예쁜 여자 캐릭터보다는 사회적 약자나 보통 사람 같은 역할이 더 끌려요. 뻔하고 식상한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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